한국일보

평통이 왜 필요한가부터 따져보자

2018-04-05 (목) 전태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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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라는 거창한 이름의 평통은 1980년 10월27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 재임시 헌법 제68조에 따라 설치가 명시된, 의장이 대통령으로 돼있는 특이한 조직이다.

1981년 5월 초대 수석부의장에 김정렬씨가 취임하고 6월5일 소위 제1기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가 출범회의를 개최하면서 효시를 이룬다. 필자 기억으로는 당시 한국에서 자문위원은 임명되는 게 아니고 각 도, 시협의회 지역구에서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장황하게 평통의 조직과 기능에 대해 거론하는 이유는 정부기관에 엄연히 통일원이 있는데 2중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굳이 설치했어야 하는 가가 의문인데다, 더 가소로운 것은 통일원 장관이 평통의 사무총장을 겸임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주 각지역 평통협의회 소속 평통위원들이 자신들의 신분이 본국 부처의 차관급 대우라며 우쭐대는, 참으로 가관스런 사태까지 야기됐었다.


뉴욕협의회가 태동된 때는 지금은 고인이 된 김세진 총영사 임기 중이었다. 그는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학 후배인 C모씨를 통해 인선 작업에 들어갔고 당시 선발작업에 동참했던 인사들 중에는 소 도매상을 하던 분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C씨 본인 자신도, 국가가 북괴와 대치돼 있는 상황에서 공산주의의 ‘공’ 자나 평화통일의 ‘평’자도 모르는, 자신들의 분야와는 생판 거리가 먼 경력과 이력 소유자들이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필자가 과감히 지적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작금 양호 회장 임명에 대한 불만이 다수 위원들의 집단반발로 파문을 일으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연인 즉, 본국의 평통사무처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특정인물이 지정한 ‘낙하산 인선’ 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면서 야기된 것이다.

회고해 보면 평통은 매 회기 인선작업 때마다 위원 인선이 지연되고 물망에 오르는 회장이나 특정 인사에 대해 투서와 악성루머가 난무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매번 이를 바라보는 한인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고 아랑곳 하지도 않는 이 조직의 행태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발족된 지 27년을 넘기고 있는 평통이 과연 그간 무엇을 성취했는지 따져보고 싶다. 이 방대한 자문위원회의의 각 위원회와 국내외 수많은 위원들을 지원,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경비가 대체 얼마인가. 현 시점에서 조직의 존재 필요성 여부를 재조명하고 면밀하게 검증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통일부가 엄연히 있으니까 말이다.

<전태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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