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너의 집은 H마트 냄새가 난다”

2018-04-03 (화) 정강 밀러/머시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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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말할 때 우리는 인종이나 국가 또는 종교, 사회집단과 문화를 연관시키게 된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색다른 행동이나, 사고 방식, 언어, 식생활, 의상과 같은 것들로 상이한 점들을 관찰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인도사람들은 고기를 먹지 않고, 한국사람들은 집안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식으로 다른 문화를 접할 때에 고정된 관념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경우가 많다. 문화라는 것은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오랜 기간 동안 같은 환경 속에 적응하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 문화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나 같은 사회 집단 속에서도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한 문화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잘 알게되면, 그 집단 내에서도 또 다른 문화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다문화 사회에서 살게 되면서, 이런 식의 문화 차이로 인한 에피소드들 자주 경험하게 된다.


예전에 인도계인 딸의 친구가 집에 놀러와서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돼지고기를 넣은 요리를 해서 먹고 있던 중, 그 아이가 무슨 고기냐고 묻고는 돼지고기라고 하니 자기는 처음 먹어본다면서 맛있다고 했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그 아이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집에서 돼지고기 요리는 하지 않지만 걱정말라고 하면서, 아이가 맛있게 먹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 그렇지 않다. 또 다른 인도계 친구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아이에게 절대로 먹이지 않는다.

이렇게 같은 종교인이라도 각각이 다른 것은 그 개인이 속한 지역 따라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몇 번 겪고 난 후, 이제는 애들이 3명 이상이면 모두가 먹을 수 있는 닭고기 요리로, 어른일 경우에는 생선과 야채 위주로 하게된다.

김치찌개를 먹은 다음 날 친구가 방문을 했는데, 집에 들어오면서 'Your house smells like Hmart'라고 하는 말을 듣고 한참 웃었던 생각이 난다. 그 친구는 그 말이 왜 우스운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 표현이 나에게 너무 직설적이었기 때문었나 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 음식 문화에 관한 것들을 많이 물어본다.

예전에 미국인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한국음식으로 저녁식사를 준비했었다. 그 친구가 수저 사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수저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친구가 식사 중에 왜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냐고 물어보자 어떤 답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문화권에서는 수프나 국 외에는 사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 인가, 우리 집 식탁에는 수저와 포크, 나이프 모두를 올려 놓게 되었다.

다문화 사회에서 살면서 다른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버리고 그 사람들의 환경, 삶, 경험 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 간에도 공유하는 공통점에 많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우리가 흔히 쓰는 우물안 개구리 속담이 인도에서도 똑같은 의미의 속담이라는 것을 알고는 반갑기도 신기하기도 했었다.

<정강 밀러/머시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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