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려놓아야 할 나이

2018-03-29 (목) 전관성/ 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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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팔순이 된다. 인고의 세월을 일곱 개의 성상이나 보내며 과연 내가 성취한 건 무엇이며 지금 그 무얼 소유하고 있는 가 자문해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다. 혐의는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이다. 끔찍하다.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항목이 14개나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시중 잡배 수준이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곁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몇 년 사이에 절친 네 명이 급사했다. 선배들은 한 분 정도 남았고 주위엔 술 한 잔 대작할 벗 하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종일토록 한두 통 걸려오는 전화는 세일즈 회사뿐이고 전화를 걸 곳도 없는 적막강산. 노리스터 네 번째 눈 폭탄을 맞아 어제 오후 한 시간, 오늘 아침 한 시간 제설기를 돌렸다. 조금 지나니까 가슴 근육이 조여 오며 미세한 통증을 느꼈다.

수년 전 어느 오전에 눈을 치운 후 심장마비로 하직한 젊은 친구가 떠올랐지만 속으로 몇 인치 눈도 치우지 못할 정도라면 더 살아서 무엇 하랴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사람들이 금력, 권력 그리고 명예욕에 눈이 멀어 구치소에 수감되는 일이 특히 전직 대통령에게, 한 둘도 아니고 몇 명이라는 기록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전관성/ 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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