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북 정상회담과 미주 동포

2018-03-24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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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선언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후 예상되던 일촉즉발의 한반도 긴장이 상당히 완화되었다. 물론 ‘싸움은 말리고 흥정을 붙이는’ 문재인 정부의 탁월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그런 흥정을 즉각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 또한 특별하다. 기존의 대통령들은 한반도 문제에 사실 큰 관심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 늘 북한만 생각하면 혈압이 올랐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었던 관계로 무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다가 이제 더는 무시할 수 없는 대북 통제불능의 상황에 맞닥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중에 북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랬기에 적절히 북한 관리책을 쓰지 않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압박을 가하면서 또 북한의 정상회담 요청을 바로 수락을 한 것이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미국 대외정책을 따르는 것이 아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자신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곧 전쟁을 할 듯 압력을 가하고 있으면서도 회담을 통해서 북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1950년 전쟁 발발 3년만인 1953년에 북한과 중국 그리고 미국이 휴전을 하였다. 아마도 전쟁을 잠시 쉬자는 휴전이 65년동안 진행되는 역사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크고 작은 국지전적인 충돌이 계속 있었지만 전면전은 없었다. 사실 미국과 북한 역시 이러한 휴전상태의 지속이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체제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체제가 65년동안 굴러오던 관성이 있어서 해결 의지를 가지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이제 북한의 핵무장과 탄도미사일 개발은 미국의 안보에 가장 큰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미뤄 왔던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에 본인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북한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 손대고 있다. 무역적자, 고용문제, 이민 문제 등 다 해결하겠다고 손을 대다 보니 그에 반대하는 쪽과 끊임없는 전선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좀 다르다. 비록 강경한 공화당의 입장에서 상당히 충격적이고, 전쟁만은 안 된다고 외치던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자신들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 우왕좌왕 하고, 심지어 백악관 참모들조차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외교관련 전문가들조차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 지금의 상황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미국의 대북 외교정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내놓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유일한 미국의 대북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은 있겠지만 전적으로 반대하여 전선을 만들 집단은 없을 것이다. 물론 정상화담의 결과에 따라서 북한을 이용해서 무기 장사하던 세력들이 자신의 비즈니스 관련 로비를 하는 것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상회담의 결과를 의회에서 비준하는 일들이 발생 할 수 있을 텐데 이 문제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다른 정치적인 이슈들로 인해서 어렵게 풀려나가던 한반도 문제가 발이 묶일 수도 있다는 것이 우려가 된다.

어쩌면 미국, 한국, 북한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여 평화적인 한반도 시대를 열수 있는 기회가 처음으로 올 수도 있다. 또한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나서 힘의 대결을 직접 펼치던 그로 인해서 어떤 합의가 나왔을 때 의회가 이것을 빠르게 비준 할 수 있게 하려면 미주 한인들이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제 미주 동포들이 더욱더 주의 깊게 의회를 주시하고 지역구의 연방의원들과 더욱 굳건하게 관계를 맺는 노력을 해야 한다. 5월 정상회담으로 동북아시아에 처음으로 평화의 기운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회다. 의회가 어깃장을 놓아서 이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200만 미주동포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주역이 될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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