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라는 드넓은 책

2018-03-17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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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1473년에 폴란드에서 태어나 1543년 사망했다.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부인했다. 그리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다. 중세기 모두가 진리처럼 믿었던 프톨레마이우스의 우주관인 천동설을 정면으로 반박한 인물이다.

지구가 온 우주의 중심이었던 중세기. 중세기는 종교적으로 암흑기의 시대였다. 교황을 중심으로 한 교회의 횡포는 여러 학문까지도 암흑으로 물들였다. 코페르니쿠스가 세상에 태어나고 약 100년 후인 156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갈릴레오 갈릴레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주장하다 이단으로 몰려 종교재판으로 넘어갔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한 갈릴레이. 재판을 받고 나오면서 한 말이다. 그는 재판에서 가택연금을 선고받았다. 1634년부터 그가 죽은 1642년까지 실명까지 하는 불행한 생을 보내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갈릴레이는 아버지의 영향도 많이 받았나보다. 아버지가 남긴 유명한 말. “철학은 우주라는 드넓은 책에 쓰여 있다.”


갈릴레이가 죽은 지 323년 후인 1965년. 로마 교황 바오로 6세는 갈릴레이 재판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사죄했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이들을 통해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진리가 암흑 같은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후 이어지는 수학과 물리학의 발전은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낳는다.

갈릴레이가 태어난 후 80년 후인 1643년. 아이작 뉴턴이 영국에서 태어난다. 수학자와 물리학자로 만유인력의 기본바탕을 제시한 인물. 태양중심설에 대한 모든 의문을 완전히 제거시켜 지동설을 확고히 하게 했다. 유일신인 창조주를 열심히 믿었던 뉴턴. 그는 성경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연구 때문에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빛의 과학자’로 알려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뉴턴이 죽은 1727년 이후 152년만인 1879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유대인 어머니가 독일인이었다.. 뉴턴의 고전역학적 세계관을 종식시키고 상대성이론과 광전효과에 대한 공로로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뉴턴과는 달리 무신론자였다. 1933년 미국에 망명했다.

그가 남긴 말.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 나는 삶의 영원성이 미스터리로 남은 지금 그대로에, 그리고 내가 현 세계의 놀라운 구조를 엿볼 수 있음에 만족한다.” 미국 망명 후 뉴저지 프린스턴고등연구소 교수를 지내며 죽기 전에 루즈벨트대통령에게 원자폭탄제조의 필요성에 대해 건의하기도 했다.

1942년, 아인슈타인이 죽기 13년 전. 영국의 옥스퍼드에서 제2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스티븐 호킹이 태어난다. 뉴턴이 태어난 후 300년 만이다. 그의 생애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실제로 영화로도 찍혔다. 한창 혈기왕성한 21살. 근육이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에 걸렸다. 그 후의 55년. 장애를 극복하며 세계최고의 과학자가 됐다.

지난 14일 타계한 호킹. 그의 업적도 대단하지만 낙천적인 그의 삶이 더 대단한 것 같다. 평생 휠체어에 의존하면서도 낭만을 잃지 않았던 그. 그 힘이 그를 위대한 과학자로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현대물리학의 두 축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처음으로 결합시킨 업적. 블랙홀에서도 에너지가 새어나온다는 이론이다.

“별이 되어 우주로 떠난 천체물리학자”. 의사로부터 1, 2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사형선고같은 진단을 받은 호킹. 그가 쓴 <시간의 역사>는 어려운 책이었지만 1,00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이다. 과학의 본질과 우주의 진화, 시간여행, 물리학의 통일이론 등이 실려 있다. 시한부인생이후 55년을 살면서 이루어낸 업적. 대단하지 않은가.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 호킹. 이 중 아인슈타인과 호킹은 무신론자였다. 왜 신을 믿지 않았을까. 그래도 빅뱅으로 만들어진 우주는 현대물리학이 받아들이고 있는 우주의 처음 생성 아니던가. 그렇다면 빅뱅 이전엔 무엇이 있었을까. 혹 신이 아니었을까. 우주라는 드넓은 책에 과학과 철학은 오들도 쓰여지고 있음에야.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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