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불교계도 미투폭풍 영향권에

2018-03-15 (목) 정태수 기자
크게 작게

▶ 미투지지 설정 총무원장, 은처자 소송에 곤혹

불교계도 미투폭풍 영향권에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의 여직원 성추행을 규탄하는 스님들의 시위 [출처 불교신문]

미투(#Me Too) 폭풍이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뿐 아니다. 지구촌 한인사회의 ‘일용할 화제’라 할 정도다. 북가주도 예외가 아니다. 삼삼오오 모였다 하면 그 얘기다. 어제는 누가, 오늘은 어디서, 그럼 내일은?

종교계는 안전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미투폭풍은 이미 상륙했다.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한국최대 통신사 연합뉴스는 종교계 미투 관련 11일자 기사 제목을 “올 것이 왔다...종교계 잇따른 ‘미투’에 대책마련 부심”이라고 뽑았다.

정치권이나 문화예술계보다 덜하지만 다른 곳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종교계라서 매를 더 맞게 되는 것일까? 이 또한 아니다. 경찰청이 2016년 12월 발표한 직군별 성폭력 통계자료를 보면 성직자의 성폭력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2016년 전문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인원’에서 전체 5261명 중 종교인이 681명으로 1위다(2위 의사 620명, 3위 예술인 406명, 4위 교수 182명). 연평균 442건이다. 검거된 인원만 그렇다. 피해자가 끙끙 앓고 넘어간 것, 남들도 알았으나 쉬쉬 하고 넘어간 것, 용기를 내 신고했으나 가해자가 용케 법망을 피해간 것 등은 포함되지 않은 통계다. 때문에 종교계의 실제 성폭력은 발표된 통계보다 적어도 몇 배 많으면 열 배 넘으리란 중론이다.


불교계는? 예고탄 둘이 터졌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조계종 산하 ‘유명한 사찰의 유명한 노스님’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젊은 여성의 폭로가 나왔다. 곧바로 oo사 xx스님이란 신상공개와 함께 비난과 조롱이 봇물을 이뤘다. 또다른 여성은 어느 사찰 종무원으로 근무할 때 당한 성적 괴롭힘을 SNS에 올렸다. 더욱 더 충격적인 ‘올 것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한국불교 최대종단 조계종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선봉에 섰다. 그는 5일 월례조회에서 미투운동을 예로 들며 “재물과 이성을 탐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생활에 있어 독사보다 더 큰 독을 준다고 했다”며 스님들과 종무원들에게 경계를 당부했다. 조계종은 7일 각 교구에 보낸 공문을 통해 성폭력 예방교육 강화와 사건발생 시 대처지침 등을 알렸다. 설정 스님은 7일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미투운동에 대해 “영화 문화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많이 회자됐던 문제가 이제 드러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좀 더 당당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의 이같은 발언이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 자신이 여자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미투운동 이전부터 그는 은처와 은처 소생의 딸에 관련된 소송에 엮여있다. 이 문제는 (학력위조/부정축재 의혹 등과 함께)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때 크게 거론됐으나 그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총무원장 선거는 각 교구별 대표자들(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치러진다.

설정 스님 중심의 종단과는 별개로 불교성평등연대모임은 오는 27일 불교계 성폭력 사건들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유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단체는 작년에 법정 다툼으로 비화한 선학원 이사장(법진 스님)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결성됐다. 법진 스님은 올해 1월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한 시민연대도 설정 스님의 은처자 문제 등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선거전후 설정 스님은 의혹해소를 거듭 약속했다. 취임후 다섯달째다. 의혹해소는 오리무중이다. 친자소송은 진행중이다. 미투운동은 확산중이다.

<정태수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