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람, 바람, 바람

2018-03-10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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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 오는가 싶더니 한 차례 눈 폭풍이 휘몰고 지나갔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어도 맞추기 힘든 게 날씨라는데. 이번 미동북부에 휘몰아친 눈 폭풍 예고는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바람이 하는 짓이라 일기예보는 빗나가는 경우도 많다. 바람.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소리 없이 움직이는 큰 힘이다.

정치권에도 바람이 있는지. 한국의 역대 대통령의 말로를 보면 분명히 정치권에도 바람은 있는 것 같다. 무슨 바람. 말로가 썩 좋지 않게 돌아간다는 바람이다. 어쩌면 한 결 같이 한 바람을 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의 중심. 대통령. 그런데 대통령만 하고나면 뭐하나. 말로가 좋아야지.

일제 하 식민지를 보낸 후 해방을 맞은 한반도는 두 갈래로 나뉜다. 북에는 김일성이, 남에는 이승만이 통치를 하게 된다. 북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왕조 체제가 이룩돼 현재에 이른다. 공화국이 들어선 남에는 1948년 1대 대통령 이승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9대 문재인대통령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남한은 공화국 설립 후 금년이 70년이 되는 해다. 이 중 대통령을 한 사람은 모두 11명이고 문대통령은 12명 째가 된다. 그러나 통치기간은 각각 다르다. 가장 오래 통치한 사람은 16년의 박정희, 아주 짧게 통치한 사람은 9개월의 최규하와 19개월의 윤보선이다. 그리고 좀 오래 통치한 사람은 이승만 12년, 전두환 8년 등이다.

남한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 조지워싱턴대학, 하버드대학, 프린스턴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Ph.D.)학위를 받은 한반도 초유의 엘리트대통령이었다. 그런 그도 1960년, 1,2,3대에 이은 4대 대통령이 되었으나 3.15부정선거로 인한 4.19혁명에 항복, 하야하고야 만다. 그리고 하와이로 망명한 후 쓸쓸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5, 6, 7, 8, 9대 대통령을 역임한 박정희. 그의 업적을 두고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이어진다. 긍정의 평가로는 새마을운동과 경제발전 등을 높이 평가한다. 부정의 평가로는 민주주의와 언론탄압 및 장기집권을 위한 유신체제의 발동 등을 든다. 그의 죽음. 1979년 10월26일.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중정부장에게 피살 사망하고 만다.

11, 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14대 대통령 김영삼 정권하인 1997년 4월17일. 대법원 판결에 의해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죄목은 반란수괴, 상관살해, 내란수괴 등이었다.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도 전두환과 같은 날, 징역 17년에 추징금 2,688억원을 선고받았다. 죄목은 뇌물수수혐의 등이었다.

16대 대통령 노무현. 2009년 5월23일, 62세의 나이로 자살하고 만다. 대통령 퇴임 후 1년3개월. 고등학교 졸업만으로 대통령까지 된 인물. 17대 대통령이명박 정권하의 검찰이 그를 뇌물수수혐의로 수사했다. 부인과 가족들까지 검찰에 불려가 수사는 강행됐다. 자살원인은 가족들까지 고초를 당하고 있는 부담 등으로 지적된다.

17대 대통령 이명박. 요즘 뉴스의 초점이 남북한 정상회담개최와 맞물려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어쩌면 노무현이 대통령 퇴임 후 겪는 것과 너무나 비슷한 상황을 보는 것 같다. 오는 3월14일 검찰 출두를 앞둔 피의자 상황. 죄목은 뇌물수수혐의 등. 정치보복이란 설도 탄력을 받는다. 검찰 수사결과가 궁금해진다.

18대 대통령 박근혜. 이미 감옥에 들어가 있는지 오래 됐다. 지난 2월27일 검찰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30년 징역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박근혜의 나이 66세. 감옥에서 죽으란 얘기와 같다. 아버지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어머니 육영수는 괴한의 총탄에 잃어버린 박근혜. 대통령까지 되었지만 말로가 말이 아니다.

19대 대통령 문재인. 잘나가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 대화의 물꼬를 튼 인물. 북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등 세계가 그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북에게 끌려가지 말고, 미사일에 핵탄두 올릴 시간 주지 말고 잘해야겠지. 문재인이 대통령 퇴임 후에는 또 어떤 바람을 탈까. 바람, 바람, 바람, 오늘도 세차게 분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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