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 경험이 최고의 방법

2018-03-06 (화) 정미현/머시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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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얼마전 한국에 사는 지인으로 자녀의 영어교육에 대해 물어보는 전화가 걸려왔다. 필자가 살고 있는 뉴욕 웨체스터 지역에 중고등학생을 위한 단기 영어 프로그램이 있는가를 문의한 것이다. 미국에 보내고자 하는 학생은 이미 영어실력이 상당한데, 한 번도 미국을 와 본 적은 없는 모양이다.

여건만 된다면 상당히 좋은 생각이며, 비록 단기 영어 프로그램과 같은 영어 학습 기회는 없다하더라도, 언어를 익히며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미국 방문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전화를 끊고 보니, 여기 미국에 사는 한국계 학생들이 생각났다. 한류가 일어서인지, 부모의 격려인지, 지금 우리 지역에서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여러 종류의 한국문화를 쉽게 접하고 학습에도 이용할 수 있어서 한국언어와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력이 많이 증진되고 있다.


그러나 언어 발달은 단어의 습득이나 이해력 증강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언어는 ‘써야만 유지되며 자꾸 ‘써야만’ 언어능력이 발달되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우리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쓰게 할 수 있을까? 미국에 사는 많은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집안에서나 부모와의 대화를 할 때 한국어를 쓸 것을 권하고 있다.

필자는 그 중 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여름방학을 이용한 한국 방문을 권하고 싶다. 할아버지, 할머니, 다른 친지들을 방문하는 것은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써야하는 진정한(authentic) 기회를 만들어 준다. 한국의 여름방학은 7월 중순이기 때문에, 간혹 학교에 한 달정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혹은 외국에 살고 있는 한인 학생들을 위한 언어, 문화 프로그램 등도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현지에서 학교나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친구를 만들 수도 있다. 언어를 배울 때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 이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드물다. 물론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능하면 학령기에 두 번 정도라면 아주 좋다. 언어의 모든 면을 왕성하게 발달시키는 단계인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그리고 인간관계 형성에 관심이 가장 큰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때에 한 번 더 다녀 올 수 있다면 효과적이다.

한국 방문 전후에도,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 비디오 통화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계속해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관심을 유지하다가, 대학생 혹은 성인이 되어서 한국 대학에서 운영하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프로그램을 다닌다면 각자의 삶의 목적에 맞는 한국어 실력을 양성할 수 있다.

지금 한국에 있는 대학부설 어학원들은 자격을 갖춘 강사들이 체계적으로 가르치므로 대체로 프로그램의 수준이 높으며, 이런 곳에서는 세계 곳곳에로부터 모인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한국어를 익히고 쓰게하는 동기부여를 더욱 크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한국에 사는 사람들과 한국언어와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것은 언어교육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이다.

<정미현/머시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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