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자들이여 술을 끊어라!

2018-03-03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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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남자와 술. 삼각관계다. 순수한 사랑엔 술이 그리 큰 역할을 하진 않는다. 와인 한, 두 잔 놓고 서로 사랑을 속삭일 수 있다. 성폭력이니 성추행이니 하는 그런 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별로 쓰이지 않는 단어다. 사랑하는 관계에선 남녀 사이의 스킨 터치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사랑으로 승화된 신체접촉이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상태에서 술을 먹는다. 술은 여기서 삼각관계를 도출한다. 술 안에 들어 있는 알코올 속의 에탄올. 에탄올이 몸에 섭취될 경우 대뇌의 기능 억제로 인해 흥분상태가 된다. 이후 중추신경억제와 고농도에서는 마취, 즉 몸이 마비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한 마디로 이성을 잃어버린 동물로 변하게 된다.

성추행. 성폭력. 90% 이상이 남자가 술 먹은 상태에서 시작됨을 볼 수 있다. ‘미투’ 운동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남자의 성추행과 성폭력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남자가 술을 먹지 않은 온전한 상태에서 여자를 성추행 하거나 성폭행 할 경우는 드물다. 남자와 술. 여자와 술. 술과 남자와 여자. 이런 삼각관계가 남자를 추하게 만든다.
윤창중. 2013년 5월5일,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대변인으로 미국에 들어왔다. 얼마나 좋은가.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으로 미국에 왔으니. 그런데 좋아한 것도 잠깐. 인턴의 몸을 만지고 호텔에서 알몸상태로 여자 인턴을 들어오게 하는 등의 성추행으로 곧바로 귀국해야만 했다. 멀쩡한 상태였을까. 아니다.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1997년 12월3일 대한민국은 IMF(국제통화기금)의 도움으로 회생했다. 19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IMF로부터 받아서였다. 이처럼 국제통화기금은 한 나라의 운명을 쥐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막강한 기구다. 이 기구의 총재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2011년 5월14일 호텔여직원 성폭행혐의로 뉴욕시 경찰에 체포됐다. 원인은 술이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요 재무장관을 역임한 대통령 후보감. 또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중의 지성. 그런 그가 어떻게 호텔 직원을 성폭행하려 했을까. 알코올 속에 들어있는 에탄올의 파워를 우습게보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는 결국 총재에서 물러났다. 그렇지 않았으면 2012년 프랑스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거다.

최근의 현직 여검사 성추행 폭로. 2010년 10월,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던 간부 검사에게 당한 서지현검사. 그는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상당시간 동안 허리와 엉덩이를 감싸 안고 만지는 심한 추행을 당했다”며 “옆에 장관도 있고 해서 대놓고 항의를 못했다. 한 사람도 성추행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서지현검사에게 성추행을 한 검사는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래 술 마시면 다 여자 몸을 주물러도 된단 말인가. 그것도 현직 여검사의 몸을. 술이 들어가면 남자들은 왜 그렇게 변해지는 걸까. 서 검사에게 성추행을 한 검사도 문제지만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었던 다른 남자들. 남자들의 문제 아닌가.

1993년경 서울의 한 술집에서 고은(시인)의 충격적인 성추행 행태를 목격한 것을 얼마 전 폭로한 최영미시인. 여기서도 술이 나온다. 술집 안에서 지퍼를 내리고 자위하는 노 시인. 옆의 여자 여자시인들에게 자신의 그곳을 만지라고 한 노벨상 후보의 시인. 왜 그럴까. 정말 모를 일. 남자와 술과 여자. 그리고 거기에 덧붙은 권력.

대뇌의 기능 억제로 인한 흥분 상태. 술을 먹었을 때의 사람 몸의 상황이다. 특히 남자의 경우, 원초적 본능인 성욕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성욕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된다. 거기에다 권력과 힘을 가진 상사나 선배라면 후배나 하위에 있는 여자 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알건가. 성욕을 채워주는 노리게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

어느 여성은 말한다. ‘미투’운동으로 남자들의 수난시대가 된 것 같지 않냐?고. 아니다. 너무 늦었다. 미투 운동은 오래전에 시작됐어야 했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남자들이여, 술을 끊어라! 남자와 여자와 술의 삼각관계에서 술을 멀리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던가. 그리고 여자를 하늘 같이 떠받들어야 하지 않을까.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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