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Z세대’ 안전 중시 가치에 맞춰 사역방향 잡아야

2018-03-01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크게 작게

▶ 총기폭력에 민감 안전공간 요구

▶ 위험 회피하고 가상공간 즐겨… 예수는 피난처 알리면 교회 기회

‘Z세대’ 안전 중시 가치에 맞춰 사역방향 잡아야

이민교회 주일학교에서 승급예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Z세대 총기반대는 교회에게 새로운 사역의 관점을 던지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이들과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가르쳤다. 절대자와 관계에서 인간은 어린이처럼 순진하고 무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모이는 학교에서 총질이 난무하고 죄 없는 아이들이 계속 희생되고 있다. 교회는 이런 세상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안전’을 호소하는 어린 10대 청소년에게 복음은 얼마나 설득력 있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크리스티애너티투데이(CT)는 지난달 27일 ‘Z세대의 안전한 공간 요구가 교회에도 굿뉴스인 까닭’이라는 기사를 싣고 최근 전국적으로 불거진 틴에이저의 총기 반대 시위의 의미를 조명했다. 이 신문은 주로 20대와 30대 초반을 아우르는 밀레니얼 세대와 10대의 Z세대의 구별점이 바로 ‘안전한 공간’(Safe Spaces)에 대한 시각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플로리다 파크랜드중학교 총기 난사 사건은 Z세대를 새로운 눈길로 바라보게 만들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10대 청소년은 그저 소셜미디어에 빠지고 팝 문화에 열광한다는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틴에이저들이 자신들의 안전과 직결된 사회 문제를 놓고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직접 거리로 나와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Z세대의 움직임은 교회 리더들에게도 사역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CT는 분석했다. 10대가 현재 당면한 두려움, 동기, 자각 등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고 청소년 사역의 관련 이슈를 정립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라이프웨이 크리스천리소스에서 학생사역 책임자로 일하는 벤 트류블러드 디렉터는 “이전 세대보다 Z세대는 안전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위험에 민감하다”며 “비단 파크랜드중학교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생이 ‘만일 이런 일이 내 학교에서 일어나면 어쩌지’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자인 진 웬지 교수는 이런 영향으로 Z세대는 특별히 총기 폭력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이후에 출생한 Z세대는 컬럼바인고등학교 대량 살해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위험을 실감하면서 필사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식을 갖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조사에서 Z세대는 일반 생활 속에서도 ‘위험한 행동’을 멀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10대의 음주, 마약, 파티, 섹스, 임신 등이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어른 흉내를 내는 일도 과거 세대보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

부작용도 존재한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행복을 추구하거나, 고난과 고통을 받아들이는 게 이들에게는 매우 힘들어 질 수 있다. 또 Z세대의 집단 혐오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거부하고 공격적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안전한 공간이 사라지면서, 젊은이들이 대화를 절제하고 제한된 커뮤니티와 가상적 안전 공간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교회의 성경공부나 유스그룹 교육도 전반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풀러청소년사역원의 카라 파월 디렉터는 “교회로서는 분명한 기회”라면서 “용서나 포용, 정죄와 두려움, 폭력과 상처 등과 같은 이슈를 놓고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만이 궁극적인 안전한 피난처라는 사실을 소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크류블러드 디렉터는 “교회는 이런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면서 “비단 총기 폭력만이 아니라 모든 위험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교나 가정 뿐만 아니라 교회도 이와 같은 Z세대의 내면적 불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나리서치가 지난 1월에 발표한 조사 결관에 따르면 거의 모든 청소년 사역 목회자들이 “틴에이저들이 끊임없이 도덕성과 관련된 어려운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청소년과 이런 문제를 갖고 대화를 나누려 애쓰는 사역자는 10명 중의 1명꼴(10~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일방적인 강의나 설득은 효과가 미미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모나 사역자가 미리 ‘준비한 레슨’이 아니라 틴에이저가 말문을 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며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