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십자가를 져야 할 목사들

2018-02-24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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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으로 태어나 한 길만을 걷다가 죽음을 맞기란 쉽지가 않다. 그것도 죽음 이후에 평가되는 평판이 좋은 거라면 그 사람의 생은 축복받은 생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사람은 살아생전의 평가보다 죽은 다음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 특히 어느 사람의 죽음 이후, 그 사람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진다면 더 좋은 거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 99세의 나이로 지난 21일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별세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떠남을 애도하고 있다.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복음 전도사다. 사역을 시작한 후 70년을 오직 복음을 위해 살았다. 지금까지 그의 설교를 듣거나 청취한 사람은 22억 명에 달한다. 과연 세기적인 복음전도자이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개신교의 교황’이란 명칭을 사용했다. 그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의 영적 멘토였다. 백악관과 직통전화가 설치돼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하고도 인연이 깊다. 동란 중이던 1952년 한국에서의 집회에 이어 1973년 집회엔 100만 명이 참석해 설교를 들었다.


교회가 기업이 되어 수천억 원의 헌금과 수만 명의 교인들을 대물림하는 이 시대. 오로지 복음만을 외쳤던 빌리 그레이엄목사의 떠남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모든 목사와 전도자의 귀감이었기 때문이다. 1993년 한 해엔 250만 명이 그의 설교를 듣고 예수를 인격적인 구세주로 영접했다. 이런 목사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한경직목사. 한국이 낳은 청렴한 목사다. 1945년 서울영락교회(베다니전도교회)를 설립했고 남한에 숭실 대학을 재건했다. 1973년 원로목사로 추대될 때까지 그는 기독교아동복지회, 홀트양자회, 세계선명회 등의 이사장을 맡아 이끌었다. 원로목사가 된 뒤에도 한국교회진흥원을 설립했고 군복음화운동후윈회 회장으로 사역했다.

한 목사는 2000년 97세로 별세할 때까지 <내일을 사는 인생>등 3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설교 잘하는 목사는 많은데 오래 참는 목사는 적은 것 같다”며 목사들에게 인내를 가르쳤던 한 목사. 그가 별세 한 후에 남긴 재산은 그의 말년에 타고 다녔던 휠체어와 지팡이, 그리고 겨울털모자, 입던 옷가지와 생필품이 전부였다.

예수가 지금 이 땅에 다시 온다면 예수의 마음에 들 만한 목사가 얼마나 될까. 빌리 그레이엄목사와 한경직목사와 같은 목회자들을 또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특히 한국교회의 경우. 대형교회에서 은퇴한 어느 원로목사. 한 달에 수억 원, 즉 미화 수십만 달러를 교회에서 타 쓴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해 진다. 이래도 되는 건지.

도대체 그 많은 돈을 교회에서 타 어디에 무엇을 위해 쓰는지 궁금하다. 원로목사가 그리 큰돈이 왜 필요할까. 한국의 대형교회의 대물림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 부터 생긴 일. 대형교회 중 가장 두드러진 교회는 광림교회와 금란교회. 그리고 얼마 전에 대물림한 명성교회 등이 있다. 교인도 헌금도 대물림되어진다.

빌리 그레이엄목사에게도 아들 목사가 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다. 아버지가 하던 사역인 빌리 그레이엄전도협회 대표와 기독교선교단체인 ‘사마리아인의 지갑’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아버지를 이어받은 정통 보수 복음주의자로 낙태합법화와 동성결혼합법화, 물질만능주의, 인종차별 등을 강력 반대하는 설교를 많이 한다.

복음이란 굳 뉴스다. 곧 좋은 소식이다. 2,000년 전 예수가 이 땅에 선포한 복음엔 교회를 아버지가 키웠으니 아들에게 대물림을 해도 좋다는 복음은 없었다. 예수는 목사도 아니었고 공생애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아버지 요셉의 직업인 목수의 대를 이은 목수였다. 예수가 남긴 복음은 죽기까지 자신을 버린 십자가의 복음이다.

이 시대 수많은 목사들이 있는데 예수를 따라 십자가를 질 목사들은 몇 명이나 될까. 십자가 대신 돈만을 따르는 목사들은 많겠지. 빌리 그레이엄목사의 마지막 설교. “사람들이 얼마나 멀리 하나님을 떠나 방황하는지를 보았다. 영적 각성이 많이 필요한 때다.” 한경직목사의 청렴을 따라야 하고 십자가를 져야할 사람이 목사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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