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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언제까지니까

2018-02-22 (목) 하시용 목사/ 샌프란시스코 참빛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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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런타인데이 학교에 간 딸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는 경찰에 신고하고 이리저리 딸을 찾아다녔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이 범인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는 비보를 듣습니다. 플로리다의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총격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예쁘고 인기가 많았던 제이미에 대한 사연입니다. 제이미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친지들은 그녀의 페이스북에 끝없는 추모의 글을 올리며 제이미가 세상에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슬퍼했습니다. 부모님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지난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로 밝혀진 열아홉 살 청년이 반자동 연발 소총을 발사해서 열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가 사용한 AR-15 소총은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사용하던 것으로 “죽음의 기계”라고 불리던 무기입니다. 한 번에 열 발 이상을 발사할 수 있어서 코네티컷의 뉴타운 초등학교, 캘리포니아의 샌버나디노,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에 사용되었고 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플로리다 고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있던 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코치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총에 맞아 희생당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콘서트가 열리는 곳과 영화관에서 총을 쏴도 상관이 없나 봅니다.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미국 총기 협회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의원들을 국회로 보내면 안 됩니다. 수백억 달러를 들여서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는 어리석은 일을 멈추고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서 반자동 소총을 규제하는 일을 하라고 소리쳐야 합니다.” 다소 긴 인터뷰를 제가 요약했습니다. 스티브 커의 인터뷰를 실은 칼럼에서는 스포츠인들은 물론 유명인들이 나서서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총기협회는 물론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총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거듭 주장합니다.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총기 사용을 억제 또는 금지하는 것은 자위권에 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총기규제를 반대하고 미국 총기 협회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정치인들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작년에 텍사스 서덜랜드 조그만 교회에서 스물일곱 명이 목숨을 잃는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의 저명한 상하원의원들이 잇따라 희생자를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하나같이 하나님의 위로가 임하길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기도한다(praying)”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총기협회로부터 수십만에서 수백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기도야말로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위선적 기도입니다. 진정으로 하나님께 기도했다면, 총기협회 정치 자금을 끊고 총기 규제를 해야 합니다. 말로만 기도하고 뒤로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챙긴다면 예수님께서 회칠한 무덤이라고 분노하셨던 예루살렘 지도자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 않고 미국에서는 총격 사건이 발생합니다. 아침에 밝게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간 자녀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옵니다. 모든 생명이 귀하니 단순비교는 조심스럽지만, 미국이 참전한 아프가니스탄에서 2001년부터 현재까지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삼만 천명이고 삼천 명 정도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숫자는 만오천 명이 넘습니다. 총기로 자살하는 숫자까지 더하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입니다.

하루속히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미국이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에, 시애틀 씨호크의 풋볼 선수 볼드윈의 “예, 말은 그럴듯하지만, 학생도 교사도 그 누구도 절대로 안전하지 않습니다. 말만 하지 말고 행동하십시오, 정신 차리십시오”라는 리트윗이 마음을 칩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합니다. 학교에 금속탐지기라도 설치해 달라는 희생자 어머니의 외침에 귀 기울일 시점입니다. 저절로 탄식의 기도가 나옵니다: “하나님, 언제까지니까?”

<하시용 목사/ 샌프란시스코 참빛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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