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창올림픽의 빛과 그림자

2018-02-21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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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의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에서는 상상 못할 이변이 일어났다. 핵과 미사일로 쉴 새 없이 미국과 남한을 위협하던 북한이 어쩐 일인지 화해의 제스처를 써가며 강원도 평창 올림픽 현장을 극적으로 찾은 것이다.

이번 방문에는 특히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에 북한의 최고권력자 김정은의 핵심실세인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도 포함돼 이들이 돌아간 지난 2박3일 체류기간의 한반도 분위기는 마치 남북간에 화해의 물꼬가 당장이라도 터진 듯 모두 떠들썩 야단이었다.

이번 방문단에 함께 온 북한의 예술단과 응원단이 보여준 열띤 광경 또한 모두 이런 일이 과연 현실인가 할 정도로 의외의 상황이었다. 선수단 입촌식과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하공연에서 북한예술단이 남한의 가요곡을 여러 차례 부르는 것이나, 응원단이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를 외칠 때는 남북한이 금세라도 통일되는 듯 분위기가 고조됐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등장하는 모습 또한 참석한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초 예측과 달리 평창올림픽에 이런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자 남한과 전세계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모두 반색하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7,000만 한민족이 그토록 그리던 남북한통일이 속히 이루어지는 그날이 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설레임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번 만남을 계기로 남북간에 접촉과 교류를 이어나가자.”고 한 술을 더 떴다.

북한은 과연 이런 보도처럼 남북간에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진정으로 이번 남한 평창 올림픽에 참가했을까? 그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일련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이면에 혹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과 궁금증을 떨칠 수 없다.
북한이 직면한 현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권 사각지대에다 먹고 살기 힘들어 목숨 걸고 북한을 떠나려는 탈북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런 북한에 우리가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번 평창 올림픽은 국가별 랭킹이니 승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한반도에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듯 한 분위기에서 치러지고 있는 냉엄한 현실이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대표단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미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정부가 개최한 외국 귀빈 초청 환영리셉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북한측의 대표와는 어떤 접촉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오히려 그 이전에 보란 듯이 북한이 침몰시킨 천안함 기념관에 들렀고 탈북자들까지 만나 북한은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에서 N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사훈련을 올림픽 이후까지 미뤄는 주겠지만 한반도 주위 모든 동맹국과 미국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그 어떠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 발표장에 대학때 북한에서 15년형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식물인간 상태로 미국에 돌아왔다 일주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군의 부모를 초청했다. 트럼프는 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정권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면서 북폭의 명분을 내비치며 미국은 웜비어를 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미국은 북한이 어떤 좋은 모습을 보여도 결코 믿지 않겠다는 태도가 분명하다. 미국정부는 이번에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 않는 한,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제 북한은 전폭적인 평창올림픽 참가만으로 어떤 요행을 바랄 것이 아니다. 핵무기 개발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인 모든 옵션이 준비돼 있다고 계속 경고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를 분명히 직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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