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쓴소리 기피 ‘불통 리더십’ 교회 망친다

2018-01-31 (수)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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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 챔버 리더십’ 책임은 목회자의 몫

▶ 아첨꾼 피하고 반대의견에 귀 기울여야

쓴소리 기피 ‘불통 리더십’ 교회 망친다

다양한 의견 수렴은 교회에도 필수적이다. 사진은 대형교회의 당회 모습.

신앙 역시 소통을 통해 성장한다. 그리스도와 대화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주변과 교통할 줄 알아야 한다. 소통이 삐꺽거리면 독선이 터를 잡고 대립과 갈등만 증폭된다. 예수는 끊임없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접촉하고 온 존재로 그들과 어우러졌다.

‘에코 챔버’(Echo Chamber)는 자신의 입 밖으로 나간 목소리가 벽에 반사돼 자기 귀로 되돌아오는 ‘자기 소리만 들리는 방’이다. 직역하면 ‘메아리 방’이지만 ‘나에게 동의하는 의견만을 듣는 상황’을 의미한다.

‘에코 챔버 리더십’은 자신의 방향성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지도력을 말한다. 당연히 이런 부류의 리더는 조직의 건강성을 대가로 지불하면서 자신의 기쁨과 평안을 추구한다. 일부 집단의 독선을 피할 수 없고 조직은 내부적으로 병이 깊어진다.


교회에서 ‘에코 챔버 리더십’의 폐해는 한층 강력하게 작용한다. 상호간의 희생과 헌신, 협력과 배려를 통해 모든 교인을 예수 그리스도로 인도하는데 사악한 장애물이 된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대표 톰 레이너 목사는 지난 29일 칼럼을 통해 ‘에코 챔버 리더십’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교회 지도자들이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언을 제언했다.

우선, 교회 리더는 ‘에코 챔버 리더십’을 피해 갈 책임이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리더십이라는 ‘머리’의 아래 있는 ‘어깨’에 책임을 미루면 안 된다는 것이다. 리더는 해고와 징벌의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리더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두 번째로는 아첨꾼을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메아리 방’을 점거한 채 지도자가 얼마나 훌륭하고 일을 잘 하는지 끝없이 과장하고, 아양을 떨며 리더의 기분을 맞춘다. 아첨꾼들은 지도자가 완벽의 화신처럼 보이게 만든다. 리더는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과 칭송을 즐기게 된다. 그리고 이런 자만심은 리더는 물론 교회까지 추락의 지름길로 끌고 간다.

또 교회 지도자들은 직언을 말 할 사람들을 찾아 주변에 두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몇 년 전 라이프웨이를 이끄는 또 다른 리더인 브래드 웨고너가 톰 레이너 대표에게 쓴소리를 했다. 레이너 대표는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고 밝혔다. 그러자 웨고너는 “나는 내 말에 대한 당신의 반응보다 당신 자체를 위해 말한 것”이라며 자기를 해고하라고 말했다. 레이너 대표는 이런 동료의 값어치는 무한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의점은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블로그가 교회 리더를 ‘에코 챔버 리더십’으로 몰아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칭찬하는 목소리를 찾아 안도와 만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건전한 비판이나 지적보다도 디지털 ‘에코 챔버’가 한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섯 번째는 비판과 반대 의견에 대한 리더의 반응 자체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교인 한 명이 리더들에게 반대 견해를 밝힌 적이 있는데, 그는 다이너마이트 1,000개를 터뜨리는 것처럼 강력했다. 모든 리더는 이를 통해 메시지를 받았고 부정적인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에코 챔버’ 안에 머무는 리더에게 실패는 일상화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지도자들은 자신들에게 하나님의 은사가 주어졌다고 확신한다. 주변 사람들 중에서 자기들이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또 사람들 모두 그렇다고 인정한다. 그러니 절대 실패할 리도 없고, 유혹을 받을 일도 없다고 자신한다. 당연히 이들은 유혹에 빠지고 추락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더욱 깊게 나락에 빠져든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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