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투’ 놓고 진흙탕 싸움… 목회자들 ‘영성 실종’

2018-01-24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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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개신교 교단·단체장 선거 분쟁 매년 되풀이

▶ 한기총 후보 자격 잡음·감리교단 선거무효 소송

‘감투’ 놓고 진흙탕 싸움… 목회자들 ‘영성 실종’

교계에서 회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선거 모습. <연합>

성직자에게 단체장의 가치는 얼마나 값이 나가야 하는지 사실상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일반 성도는 물론 교회 밖 사회에서는 회장 자리에 목을 매는 목회자의 모습은 비정상적 영적 일탈로 보인다.

단체 회장이어서 목회자를 알아주는 세상이 아니다. 목사에게 단체장은 명예가 아니라 멍에가 돼야 한다. 그럼에도 단체의 장 자리를 놓고 걸핏하면 다툼이 벌어진다. 이민교계이든, 한국이든 매년 되풀이 되는 모습에 이제는 ‘일부’ 운운하기도 힘들어졌다.

최근 개신교 교단·단체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한국에서 또 다시 이어지고 있다. 한때 보수 교계를 대표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이 회장 선거 후보자격을 놓고 내홍에 휘말렸다. 또 감리교 교단 회장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두 단체 모두 회장 선거와 관련해 걸핏하면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진행된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가 무효라는 1심 법원 판결이 지난 19일 나왔다. 연합뉴스가 2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성모 목사는 2016년 9월 실시된 감독회장 선거 선거무효 및 당선무효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피선거권이 없는 사람에게 후보자격이 부여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교단 내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 당하자 법원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성 목사는 전명구 감독회장을 상대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오는 30일 대표회장 선거를 치르는 한기총도 후보 자격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한기총 회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과 잡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결국 김노아 목사가 단독 후보로 출마한 가운데 치러지게 됐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후보 등록 서류를 접수한 엄기호 목사와 전광훈 목사 중 전 목사에게 후보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전 목사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가 현재 한기총의 회원 교단이 아니며 후보 등록 시 첨부하도록 한 범죄수사경력조회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보 자격에 미달한다는 것이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전 목사 측은 이 같은 결정이 부당하다면서 선거무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전 목사 측은 범죄수사경력조회서를 기관이나 단체에 제출하는 것은 법에 저촉돼 제출하지 않았다며 청교도영성훈련원이라는 단체 명의로 한기총에 가입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소속 교단을 문제 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제24대 대표회장 선거에서 기호 2번을 부여받았던 엄기호 현 대표회장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한기총 관계자는 “선관위에서 후보 서류를 재검토한 결과, 엄기호 목사가 제출한 교단추천서 등 서류가 미비한 것으로 판정돼 후보에서 탈락했다”며 “이에 따라 김노아 목사 단독 후보로 선거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대표회장 선거가 단독 후보 체제로 바뀜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정견발표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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