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 컬럼

2018-01-18 (목) 김동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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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자리 찾아 지키기

혼란스러웠던 한 해가 지고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 2018년 무술년을 이미 맞았다. 마치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가 그렇게 와 있다.

올해가 ‘개’띠라 한다. 개라는 동물은 야생을 떠나 가장 먼저 사람의 품을 파고든 동물이라는 점에서 친밀감이 당연히 앞서고 사람에 대한 충성심에서도 또한 다른 가축을 압도한다. 개가 충견(忠犬)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자신의 특성을 나타내는 동물’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기에 개를 ‘충실한 동물이라(Faithful Animal)’고도 한다. ‘충실’이란 뜻은 ‘충성스럽고 정직하다’는 뜻인데 ‘충성’은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을 의미한다. 개가 짖으면 틀림없이 낯선 것이 나타났음을 알려 주기에 우리는 그곳으로 얼굴을 돌리는 것은 그만큼 개는 정직하여 자기 책임을 충성스럽게 해내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도 맡은 자가 구할 것은 충성이라고 했다(고린도전서 4:1-2). 이 말은 모든 것은 다 제자리에서 자기 사명을 다할 때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곧 질서의 아름다움이라 하겠다.

하나님이 어지러움의 하나님이 아님이 이것을 말해(고린도전서 14:33)주기에 조물주는 바로 질서의 하나님이심을 일려 준다. 질서란 저마다 제자리에 놓여 있어야 함을 말한다. 나무 뿌리는 땅에 박혀 있어야 하고 열매는 나뭇가지에 달려 있어야만 한다. 뿌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거나 흙 속에 묻혀있지 않고 밖으로 노출되어 있으면 안 된다. 차가 주차할 수 있는 곳에 서 있어야지 거리에 주차하고 있다면 그 차는 고장 난 차다. 침대는 침실에 있어야 하고 밥은 밥그릇에 담겨 있어야만 한다. 이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제 분수에 맞는 제 자리가 뉘게나 다 있다.


성경은 그 자리란 바로 내가 토기장이신 창조주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자리임을 말하고(예레미야 18:4) 또 주는 나의 목자이시고 우리는 그의 기르시는 양으로도 설명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요한복음 10:11) 그릇으로도 설명해 주고 있다(디모데후서 2:20). 그릇은 물건을 담는 용기(用器)를 말한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우리가 다 쓰임 받는 그릇들이라는 것이다. 설사 내 그릇이 못 마땅할지라도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으로 받아들여 자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제 자리를 찾은 사람이다. 그러기에 바울은 “나는 이미 이루어 놓은 것이 없지만 이루려고 달음질치며 그 목표를 향하여 뒤에 있는 것을 잊고 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며 그 목표를 향하여 달려간다”고 했다(빌립보서 3:12-13). 예레미야 선지자도 “이스라엘 족속아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음과 같이 너희가 내 손안에 있다”고 했다(예레미야 18:1-11).

우리의 여정에서 패배할 때가 물론 있다. 그러나 그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으면 토기장이가 망가진 그릇을 다시 구어 우리를 어떤 그릇으로도 다시 빚어낼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실패가 되레 성공의 원인이 됨도 이것 때문이다. 말은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으나 사람이 타지 않으면 스스로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은 뜻을 앞세우지 않으면 길이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길을 바로잡아 나아가는 것이 곧 바다 위에 표류하는 난파선을 구해내는 것과도 같다. 무술년 새해가 표류하는 난파선처럼 우리가 방황하지 않도록 제 자리를 지키며 푯대만을 향해 달려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365개 날을 새해의 선물로 받았다. 뉘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다. 365개의 날 중에는 슬픔과 좌절의 날과 기쁨과 희망의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저마다 제자리를 지켜 이미 제 자리에 세워진 것을 바탕으로 더욱 다지며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 함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가 씨를 파종하는 농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일은 나에게 없다고 생각하고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이 하루가 스쳐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알아 오늘을 내 일생의 축소판으로 삼고 살아가야만 한다. 바라기는 제맛이 드는 김치처럼 나 나름대로 우리가 모두 제 자리를 찾아 지켜가며 이 한해가 원대한 꿈과 이상으로 수놓아졌으면 좋겠다.

<김동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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