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광모 목사의 도전 화제
▶ 사람들과 함께 울고 아파하며, 불신받는 한국교회 대안 모색
양광모 목사는 버젓한 교회 담임을 사직하고 카페를 운영하며 건강한 교회를 추구하고 있다.
‘카페 교회’가 요즘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일부 대형교회처럼 교인을 위해 건물 안에 만든 카페 공간이 아니다. 상가에 온전한 카페를 차리고 치열하게 운영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복음으로 연결하는 교회다.
카페 ‘에클레시아’는 서울 상일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여섯 평짜리 조그만 카페에서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는 카페 단골들에게 사장님보다는 목사님으로 불린다. ‘에클레시아’는 성경에서 교회로 번역되는 그리스어다. 원래는 ‘모인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초대교회 이후 그리스도인의 무리를 지칭하기도 했다.
카페 주인 양광모 목사는 바로세움정립교회의 담임이다. 일주일에 6일간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주일이 되면 미사리 식품공장 2층에 마련된 15평짜리 예배당에서 25명 내외의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양 목사는 조부와 부친에 이어 3대째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서울 이문동 동안교회와 지구촌교회 수석 부목사를 거쳐 정릉제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정릉제일교회 부임 2년 만인 2012년 담임목사직을 내려놨다. 한국교회가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한 위기 상황에서 대안이 될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설립해야겠다는 결심에서였다.
양 목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떠오르는 행보의 시작이었지만 위기의 현실을 극복하고 어두운 미래를 밝게 비출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몸부림이라도 쳐야 했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사람들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건강한 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양 목사는 서점 겸 카페의 형태로 출발한 미국의 세이비어 교회를 모델 삼아 카페 형태의 교회 개척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커피 한 잔을 마시러 편안히 들렀다가 바리스타인 목회자와 친구가 되고 그렇게 자기 삶을 나누다가 심각한 고민이나 영적 갈망에 대한 상담까지도 이뤄지는 공간”을 꿈꿨다.
제대로 된 카페 운영을 위해 SCAE(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공인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미국 CQI(Coffe Quality Institute)에서 공인한 커피 품질 평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시장 조사도 철저히 했고 매장 운영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50대가 다 되어 맨 몸으로 뛰어든 세상은 냉정했다.
개업 초반 카페 수입은 형편없었고, 결국 먹고 살기가 버거워 택시 기사로 투잡을 뛰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의 시기를 버티면서 카페는 점점 자리를 잡아 2년이 지나면서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었다.
카페 문을 연 이후 처음 3년간은 좁은 카페에서 목회를 하며 주일 예배를 드렸다. 양 목사는 불교신자였던 한 단골손님의 도움으로 이 손님이 운영하는 미사리 식품공장 건물 2층에 15평짜리 예배당을 마련해 2015년 9월부터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를 개척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주일 예배 인원은 여전히 5년 전과 마찬가지로 25명 내외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부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양 목사는 “지난 5년 간 교우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울고 웃으면서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깊이 깨닫는 내면의 부흥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교회를 개척해 사역을 진행해 오는 과정에서 세상에 대해 깊이 배우게 되었고 목회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을 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함께 넘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카페라는 작은 공간을 통해 이 세상 속에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를 바라는 꿈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카페를 매개로 ‘찾아가는 교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온 양 목사는 5년간의 목회 여정을 담은 책 ‘고백 에클라시아’를 최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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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