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국노래자랑 연말 대상 받은 산골 목사 “어린이들에 미국탐방 기회 주려 출전”

2018-01-09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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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별빛교회 김태군 목사 화제

전국노래자랑 연말 대상 받은 산골 목사 “어린이들에 미국탐방 기회 주려 출전”
“김 목사! 노래자랑에 마을 대표로 한 번 나가라. 우리동네는 노인들 밖에 없으니 그냥 한 번만 나가면 된다. 어르신들 앞에서 재롱 함 한다 생각하고 어여 신청하시게.”

김태군 목사가 얼떨결에 KBS 전국노래자랑에 나가게 된 사연이다. 경남 밀양 신곡리에 위치한 별빛교회의 담임인 김 목사는 지난해 4월 지역 예선에 나가 1등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방송된 연말 결선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가수로 데뷔해도 ‘시비 붙을 일’이 없는 경지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 목사는 음악을 전공한 적이 없다. 하지만 평소에도 성악가 뺨치는 성량과 노래 실력으로 주변에 알려져 있다. 덕분에 교회 부흥회나 각종 집회에 초청받아 종종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의 기쁨을 위해서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 연말결선에서 부른 ‘향수’도 동네 노인들이 추천한 곡입니다. 교회가 메시아를 대망하는 잔치공동체이듯 마을과 교회가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연말 대상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목사를 보고 ‘무슨 사연인가?’ 궁금해 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김 목사는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결선 당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교회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고 주일예배 후 방송국으로 가는데 눈 녹은 물이 자꾸 신발 구멍으로 세어 들어오는 거예요. 게다가 서울 지하철 노선을 잘 몰라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허둥지둥했죠.”

김 목사는 당황한 나머지 지하철에 무대복을 두고 내렸다. 역무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옷을 찾기는 했지만 온 몸은 땀에 젖고 입상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MC 송해 선생님이 대상 수상자 이름 끝자를 보여 주는데 ‘군’자가 보이더라고요. 그때 방송국에 오다가 고생한 와중에도 인도하시고 도우신 하나님이 떠올랐습니다. 또 ‘누가 제일 보고싶으냐’고 묻는데 교회에서 아이들과 예배드리고 뒤치닥거리할 아내가 생각나서 갑자기 눈물을 흘렸습니다. ”

김 목사는 산골에 아담한 교회당을 짓고 교인들을 섬기고 있다. 시골교회이지만 아이들이 바글거린다. 멀리 부산에서 음악인들이 찾아와 음악회를 열고 인문학 강좌가 이곳에서 판을 펼친다. 교회는 지역 문화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 목사는 올 여름방학에 산골 교회 어린이들을 데리고 미국을 둘러보며 비전을 심어주는 계획을 꿈꾸고 있다.

“노래자랑대회 대상을 받으면서 어린이들이 우리 마을도 전국최고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 어린이들의 마국 문화탐방도 가능하게 될 것 같은 감동이 겹쳤습니다.”


김 목사가 섬기는 별빛교회는 성인과 유치부, 중학생까지 20명 정도가 출석하는 작은 교회다. 교인들은 목사의 ‘쾌거’를 축복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목사님 자랑’이 한창이다. 목회자 지인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김 목사는 시간이 나는 대로 벌목 현장, 공사장 등을 찾아 노동을 한다. 사모는 직접 딸기잼을 만들어 사역에 보태고 있다. 주민들과는 ‘형, 동생’으로 어울린다. 그런 그를 보고 마을 노인들은 “우리 손주 잘 부탁한다”며 교회로 아이들을 보낸다. 산허리에 세워진 별빛교회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소망은 우주보다 넓다.

‘물처럼 흘러라. 오직 낮은 곳으로.’ 김 목사의 목회관이자 인생관이다. 낮고 낮아질 때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꿈나무인 동네 아이들과 미국을 방문해 시골교회 목사의 노래로 고국의 향수를 달래 드리고도 싶습니다. 오늘의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이 조국과 세계를 위해 많은 일을 우리에게 기대하고 계시니까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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