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8 신년 특집] “흔들리는 미국, 북핵 난제 ‘불확실성’ 지배” 전문가에게 듣는다 <국제정세와 한반도>

2018-01-01 (월)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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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몬트 맥키나대 국제정치학과 이채진 석좌교수 특별대담

▶ 대북 군사행동 배제 못해…트럼프 주변인물들은 신중
미-중 협력과 갈등, 한국은 국익차원 원칙 견지해야…트럼프 ‘예루살렘 선언’으로 이슬람과 갈등 격화 전망

[2018 신년 특집] “흔들리는 미국, 북핵 난제 ‘불확실성’ 지배” 전문가에게 듣는다 <국제정세와 한반도>

클레어몬트 맥키나대 국제정치학과 이채진 석좌교수

전 지구적으로 확산된 테러와 반세계화 물결로 변화의 광풍이 휘몰아졌던 격동의 2017년 한 해가 지나고 2018년 새해를 맞았지만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 전쟁위기는 가시지 않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불안하기만 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힘겨루기는 더 거칠어질 공산이 크다. 테러 공포도 여전하다. IS는 패퇴했지만, 트럼프의 소위 ‘예루살렘 선언’으로 중동 정세는 오히려 요동치고 있다. 세계 패권을 놓고 겨루는 미국과 중국, 신 2강의 갈등이 파열음을 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클레어몬트 맥키나대 국제정치학과 이채진 석좌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불확실성이 휘감고 있는 새해 국제정세를 한반도 문제를 중심으로 미리 조망해봤다. 대담은 지난해 12월 19일 본보 편집국에서 진행됐다.

▲2018년 지구촌은 어떤 한 해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는가?

-‘불확실성’이 2018년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예측 불가한 어렵고 또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부상으로 흔들리던 미국의 지도력이 트럼프 취임 이후 더욱 약화되고 있어 2018년은 세계질서가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군사전략적 측면 뿐 아니라 외교와 경제를 주도해왔던 미국의 리더십은 눈에 띠게 타격을 입고 있다.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은 GDP에서 아직 미국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실질구매력을 놓고 보면 이미 미국을 넘어서고 있는 상태다.

세계무대에 재등장하고 있는 러시아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 EU, 러시아가 미국의 리더십 약화로 다극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국제질서에서 역할을 키워가게 될 것이다.

▲미국은 1991년 소비에트 붕괴 이후 유일 패권국을 자임하기도 했다. 미국 리더십 약화의 이유는 어디에 있나?

-무엇보다 ‘트럼프 팩터’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취임 첫해였던 2017년 주식시장이 21%나 급성장하고, 실업률이 4% 아래로 떨어지는 등 국내 경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미국 외교가 국제적인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또, 국내 정치에서도 인종간, 계층간 갈등이 심화돼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고, 트럼프 정권의 도덕적 리더십도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가장 큰 관심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앞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모아진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반도에 전쟁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선제 타격설’도 있다. 일각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미 의회나 행정부에서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매파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아직까지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힘을 과시해 외교적 양보를 강제하는 ‘Coersive Diplomacy‘정책이 기조를 이룰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한반도에서의 전쟁발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에 놓여 있다’(All options are on the table)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의 군사행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이 파국적이고 참혹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어서 트럼프가 쉽게 행동에 나서기는 어렵다.

다행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켈리 비서질장 등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려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에도 미국은 선제타격을 준비했지만, 시뮬레이션 결과가 한국의 피해가 너무 커 군사옵션을 포기한 전례가 있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 또는 봉합될 것으로 보는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은 ‘비핵화 원칙’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도 그렇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우여곡절을 겪게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비핵화 원칙’ 보다는 ‘비확산 핵동결 방식’으로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지는 않지만, 현 수준에서 핵을 동결하고, 비확산에 동의한다면 ‘묵인’하는 수준에서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보는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신햇볕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대북관계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북 관계에서 문재인 정부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분명한 청사진을 내놓고 남북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서 눈치만 보는 외교로는 실마리를 풀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채널 복구도 중요하다. 남북관계에서 지도자는 오산이나 오판을 해선 안된다. 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채널 가동을 위해 올해 대북 특사외교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615 정상회담을 주도했던 임동원 전 장관의 특사 카드가 현실적이라고 본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 이 3국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3국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갈등과 협력이 반복될 것이다. 우선, 한국은 눈 앞의 문제에 급급하기보다 중국 문제에 있어 보다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탈미 친중’ 경향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국익차원에서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소위 ‘수정주의 국가’라 할 수 있어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는 ‘인도 퍼시픽 전략’을 추구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당분간 군사전략적 측면에서 미국의 압도적 우위는 지속될 것이다. 중국도 미국을 넘어서 세계패권국 지위를 차지하기 보다는 아시아 패권국가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에서 미국과 중국은 갈등과 협력이 반복될 것이다.

▲트럼프의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선언으로 중동이 들끓고 있다. 테러와 중동문제 전망은?

-2017년 전 세계에 휘몰아친 테러는 냉정하게 지적하자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역사적 과오로 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테러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라크의 IS는 패퇴했지만 잔존세력이 미국와 유럽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2018년에도 반복될 것이다.

이슬람 분열도 불안 요소다.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이란의 갈등도 중동 정세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은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예고한 것이어서 미국과 이슬람의 갈등도 격화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두고 있을 뿐, 미국은 그동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왔다.

이채진 교수 약력

▷ 현재 클레어몬트 맥키나 국제정치학 석좌교수,
▷ 중국 길림대학교 객좌교수,
▷ 중국 남개대 주은래 연구소 선임연구원

▷ 서울대 정치학과 졸
▷ UCLA 정치학 박사
▷ CSU 롱비치 사회과학대학장
▷ 클레어몬트 맥키나대 국제문제연구소장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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