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태평양 외딴 섬 원주민에 복음전파 30년

2017-12-12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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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액연봉 포기 30대 투신, 현지어 성경번역 등 헌신

▶ “은퇴자 경험 펼칠 일터 선교 동참 일꾼 찾아요”

남태평양 외딴 섬 원주민에 복음전파 30년

홍성호 선교사(뒷줄 맨 왼쪽)와 홍현숙 선교사(맨 오른쪽)이 현지인 사역자와 선교사들과 사진을 찍었다.

■ 파푸아뉴기니 홍성호·홍현숙 선교사

‘지구를 구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기 직전 하나님은 의인 열 명만 있으면 멸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지금 세상 곳곳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이루는 도구가 되면서 이 땅의 축복을 지키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이들의 눈길은 언제나 하나님의 뜻에만 맞춰져 있다.

홍성호, 홍현숙 선교사도 그 중의 일부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그 중에서도 머나 먼 외딴 섬에서 원주민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언어로 성경을 만들며 보내고 있는 세월이 이들을 증거한다. 일곱 살부터 생후 백일 된 막내까지 줄줄이 네 자녀를 이끌고 밀림 속으로 들어 간 이후 하나님은 아주 사소한 처지까지 속속들이 돌보는 ‘주님’이 됐다. 아니었다면 홍 선교사 부부의 가족은 사역은커녕 생존도 불가능했다.


UCLA를 졸업하고 휴즈 항공사에서 고액 연봉을 받던 1.5세 엔지니어는 30대 초 인생을 바꿨다. 부부는 사명에 순종하며 청춘을 불살랐고 본인들도 모르는 새 ‘전설’이 됐다. 이들을 통해 선교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국제공항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산속 한 복판에 마련된 베이스캠프 선교 센터를 간다. 그곳에서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다섯 시간을 날아간 뒤, 또 3톤 트럭에 몸을 실고 정글을 가로지르며 세 시간을 달린다. 그리고 쪽배에 온 가족이 올라 타 드넓은 바다를 세 시간 동안 건넌다. 그러면 이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만다라 부족의 마을에 닿는다.

초기 5년은 아이들을 데리고 섬을 돌며 원주민 초가집에서 먹고 잤다. 병에 걸려 아이들이 사경을 헤매고, 죽음이 코앞까지 밀어닥친 순간들 속에서 하나님은 이 가족과 동행하며 동고동락했다.

그럼에도 이제 환갑의 나이에 접어든 선교사 부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사는 끝이 없다. 성경 번역 사역을 펼치는 국제선교단체 위클리프 소속인 홍 선교사 부부는 지난 2010년 마침내 만다라어 신약성경을 펴냈다. 현재는 4개 주가 포함된 ‘아일랜드 지역센터’의 디렉터로 사역을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만 35개 언어의 성경 번역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 핀란드, 호주, 스웨덴 등 18개국에서 선교사가 동참하고 있어요. 이들 선교사들을 지원하면서, 성경을 번역할 현지인 사역자를 양성하고, 현지어로 성경을 녹음해 음성 성경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홍 선교사 부부가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 좀 보내 주세요.” 이게 그들의 대답이다.

“지방마다 설치된 지역센터를 맡아 운영할 은퇴자부터 성경을 번역할 젊은이까지 이민자가 딱 적격입니다. 지역센터 매니저는 시설 관리, 현지 지도자 및 로컬정부 관계 전담, 교육기관 지원, 신학교 강의 등 일할 게 많습니다. 3~5년간 자신의 경험과 수고를 마음껏 쏟아 부을 수 있어요.”


지금 홍 선교사 부부가 번역 중인 마누스 언어 사역에 얼마 전 미국인 선교사 두 가정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민 개척의 삶을 일군 한인 그리스도인의 헌신이 여전히 아쉬운 것이다.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죠. 단기선교도 필요하지만 2~3년 선교지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인생을 보내면 참 좋습니다. 현지에 필요한 일을 은사대로 돕는 거죠. 하나님의 타이밍이란 게 있잖아요?”

네 자녀는 이제 모두 장성해 자신의 길을 훌륭하게 걸어가고 있다. 선교에 동참은 하고 싶지만 “힘들 것 같고 두렵다”며 망설이는 이들에게 부부는 이렇게 말하며 웃는다. “무섭기는 뭐가 무서워요? 애도 키웠는데.”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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