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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클래스가 다른 아침

2017-12-11 (월) 문주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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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자와 준비 안된 자. 그 차이는 막판에 난다. 어느 골목길에 밤새 눈이 왔다고 치자. 미리 자동차 커버를 씌워 둔 사람은 아침을 깔끔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꽁꽁 언 손으로 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정신들이 없다. 눈 온다는 일기예보를 똑같이 들었는데 왜 그런 차이가 날까?

3주 뒤엔 2017년이 끝난다. 세금도 그렇다. 타임즈 스퀘어에서 볼이 드랍된 뒤에는 고칠 수 없다. 지금이 효율적인 세무전략(efficient tax planning)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물론 세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라, 금년은 특히 작전이 쉽지 않다. 그러나 두 배가 힘들어도 세 배는 행복한 것이 12월의 세무전략이다.

여기서 공개할 수 있는 비책은 없다. 다만, 가장 기초적인 개인 소득세 전략 두 가지만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째는 내년 4월 15일까지 낼 2017년도 주정부 소득세, 1월 15일까지 낼 주정부 예납세, 내년 1월분 집 모기지와 재산세, 기부금과 치과 비용 등을 최대한 12월 31일 이전에 미리 내서(bunching strategies), 금년 세금보고에 합산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 내년부터 많은 특별공제(itemized deductions) 혜택들이 아예 없어지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AMT(최저한세)에 걸리면 이런 노력들이 말짱 도루묵이니 잘 따져봐야 한다.


아직도 금년 세금보고와 관련해서 담당 회계사와 이런 상의를 하지 않았다면,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쯤이면 벌써 내년 세금보고에 대한 대충의 윤곽이 나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매상은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서, 의사가 금년에 환자를 진료했더라도 보험 청구는 내년 1월 1일 이후로 미루자. 단 며칠이라도 참았다가 돈을 받는 것이 세금면에서 유리하다. 물론 11월까지의 가결산이 이미 되어 있다는 전제에서다.

어쨌든 이번 세금보고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확 나는 세금보고가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담당 회계사와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숨은 마시는 것을 멈춰도 죽고, 내시는 것을 멈춰도 죽는다. 고급 절세는 누구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회계사와 손님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클래스가 다른 합법적인 절세 작전에 성공할 수 있다.

매상에서 영(0)을 하나 빼거나, 비용에 영(0)을 하나 늘리는, 그런 무식한 방법은 같이 죽자는 말이다. 전략은 고상해야 한다. 남들 정신없이 앞유리에 쌓인 눈얼음 깨고 있을 때, 자동차 커버만 살짝 벗기고 우아하게 골목길을 빠져나오는 여유로움. 그것이 준비된 자만 누릴 수 있는, 클래스가 다른 아침이다.

<문주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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