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령화·조직 보수화… 중형교회가 흔들린다

2017-11-29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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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내 소통 어렵다”, 젊은층 이탈 가속화

▶ 평신도 모임 활성화, 청장년층 콘텐츠 등 공공성 확장 역점둬야

노령화·조직 보수화… 중형교회가 흔들린다

견실하게 성장하는 한 중형교회에서 주일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셈법은 근본적으로 세상의 그것과 다르다. 많아도 큰 게 아니고, 적다고 작은 것이 아닐 수 있다. 하물며 교회의 사이즈가 신앙의 진정성과 비례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교회에 대한 신뢰를 대형교회가 앞장서 무너뜨리는 요즘 세태에는 더욱 그렇다.

이 와중에 중형교회는 기독교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대형’이 상실한 민첩함과 수순함을 지키며 ‘소형’이 갖지 못한 능력과 안정성을 보유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 중형교회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이달 초 ‘한국교회 마지노선 중형교회’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위치한 출석교인 300명에서 1,000명 규모의 중형교회 25곳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중형교회는 교인 감소, 고령화, 목회자 청빙 문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원인은 교회의 안팎에 걸쳐 다양하게 진단 됐지만 많은 중형 교회가 자리잡은 지역의 쇠퇴 경향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형교회는 주택가 및 아파트 단지의 성장과 더불어 부흥의 황금기를 맛봤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들 지역에서 ‘구도심의 공동화’가 시작됐다.

지난 2002년 이후 서울에만 331개 지역이 뉴타운 사업 지구로 선정됐으나 사업이 중단된 곳이 늘면서 중형교회가 집중타를 맞았다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이 중단된 지역은 중형 교회가 집중적으로 자리한 곳인데 이들 지역이 슬럼화 하면서 주민들이 대거 떠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교회 내부적으로는 중형교회의 노령화가 또 다른 핵심 요소로 지적됐다. 교회의 구조와 노령화 된 성도의 생각은 20세기에 머물러 있어 젊은 세대와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으로 30~40대는 줄고 노령층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목회자가 아무리 잘해도 안 될 수밖에 없다’는 자조가 터져 나온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은퇴 목사가 교회 안에서 계속 영향력을 끼치려 하는 경우가 많아 갈등이 증폭되면서 젊은 세대의 교회 유입을 더욱 방해하고 있다. 결국 이러저런 원인으로 중형교회에서 이탈하려는 ‘원심력’은 크게 증가했지만 반대로 교회 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구심력’은 분열됐다는 것이다.

세미나에서는 중형교회의 쇠퇴가 가져 올 악영향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중형교회는 보통 소형교회와 농어촌 교회, 선교 기관 등 수십 곳을 지원하고 있는데, 중형 교회가 무너지면 교계 전반에 걸쳐 생태계도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목회사회학연구소는 ‘교회가 지역 속으로 들어가 주민과 동행’하고 ‘지역과 연계한 구제 사역을 실질적으로 펼칠 것’과 ‘교회 공간을 무료로 개방’하는 노력 등을 예방책으로 제시했다.

또 청장년층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회 분란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목사와 장로 중심의 수직적 교회 구조를 바꾸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형교회는 대형교회를 지향하거나 피라미드식 조직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수평적 의사소통이 자리 잡도록 다양한 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 중심의 교회, 소그룹 중심의 교회, 평신도 중심의 소모임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교회가 공공성을 회복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정재영 실천신대 교수는 “자기 교회 키우기 위해 작은 교회 잡아먹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 교수는 “큰 교회가 사고 치면 작은 교회가 피해를 입고, 줄어든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공교회성을 인식해야 한다. 신학생들에게 교회 공공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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