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살 전 구조요청 무시 골든타임 놓쳐”

2017-11-28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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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 위해 기도·약물치료 병행, ‘등대 모임’에 명문대 출신 많아

“자살 전 구조요청 무시 골든타임 놓쳐”

정신질환 세미나에서 김영철 목사(앞줄 가운데)와 ‘예수 일터’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해와 무지가 무척 많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반드시 주변에 SOS 구조요청을 보냅니다. 우리가 그 사인을 무시하는 거죠. 정신질환의 어려움이 있어도 그냥 쉬쉬하기 일쑤이고요. 체면이나 자존심 때문에 교회에서조차 비밀로 합니다.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겁니다.”

정신가족미션 남가주 소장 김영철 목사는 정기적으로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등대’ 모임을 인도하고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모여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가듯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나아간다. 한인사회에 급속히 퍼지고 있지만 숨겨진 비밀로 외면하는 정신질환에 정면으로 맞서 복음의 새 생명을 불어넣는 사역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질병과 귀신을 말씀으로 쫓아냈습니다. 그렇다고 오늘날 모든 기독교인이 항상 기도로만 정신질환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암이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과 똑 같습니다. 약물과 심리 치료 그리고 믿음의 기도가 하나로 어울려 회복의 역사가 이뤄지는 것이죠.”


김 목사는 최근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정신질환 세미나에서 누누이 복합적이고 총제적인 대처와 치료를 강조했다. 직장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신앙을 실천하자는 목적으로 설립된 ‘예수 일터’(이사장 이진도 장로)가 커뮤니티를 섬기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마음을 신체의 일부로 여기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뇌가 우리 몸의 한 부분 아닙니까? 정신질환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뇌 기능의 문제입니다. 특히 망상 증상이 있는 환자는 기도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상이나 환청 등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김 목사는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이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각각 다른 증상을 이해하면 치유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살 충동과 무기력증은 우울증에서 많이 비롯됩니다. 사탄의 역사로 일방적으로 치부되곤 하죠. 조울증 환자는 잠을 안 자도 힘이 넘칩니다. 사탄의 힘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쉽게 판정하는 증상입니다. 조현병은 환각과 망상을 불러 옵니다. 귀신 때문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약물로 치료가 가능해요.”

김 목사는 정신질환이 가져오는 ‘유익함’을 설명했다.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내 접근하면 개인과 가정의 건강한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물로 치유가 되지 않는 경우 환우와 가족 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랑과 인내로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함께 풀어가다 보면 관계가 이전보다 훨씬 돈독해집니다. 하나님과 관계도 달라지죠.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깊은 회개를 하게 됩니다.”

환우와 가족 모두 본인의 한계와 연약함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김 목사는 덧붙였다.


“현재 ‘등대 모임’에 참석하는 환우 중에는 명문대 출신이 많아요. 부모님들도 서울대 등 공부 잘 한 분들이 거의 다입니다. 모두 ‘아찔하다’고 입을 모으세요. 자녀의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교만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다는 거죠.”

김 목사는 정신질환이 치유가 되면서 환우는 물론 부모와 가족들도 새로운 인생관과 신앙관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하나님이 이유 없이 고통을 허락하시지 않는다는 사실과 죄의 형벌이 아니라는 것도 깨우칩니다. 진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게 만드는 선물이라고 고백하는 분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의 예방책은 무엇일까? 김 목사는 부모의 화목한 모습이라고 단언했다. 자녀 앞에서 “억지로라도 다정한 스킨십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 주도형 교육을 포기하라”고 강조했다. 부부 싸움은 서서히 아이를 죽이는 행위이며, 부모의 간섭과 강요는 권투 경기에서 잽 펀치가 쌓이는 것과 똑 같다는 것이다.

문의 (714)313-4077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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