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렘 노숙자들의 ‘20년지기 친구’

2017-11-22 (수) 07:24:46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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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특별기획 불우이웃과 사랑을 나눕시다

▶ 브니엘 선교회, 21년째 화요일마다 점심사역

할렘 노숙자들의 ‘20년지기 친구’

21일 맨하탄 할렘의 소울 세이빙센터 교회에서 브니엘 선교회 김명희 선교사와 특별봉사자로 참여한 뉴저지감리교회 고한승 목사와 사역자들이 지역 노숙자들과 빈민들에게 점심을 나눠주고 있다.

노숙자들 스스럼없이 안아주며 마음 문 열어

21일 정오께 맨하탄 할렘에 위치한 소울 세이빙 센터 교회 지하실에는 주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브니엘 선교회의 화요일 점심예배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처음엔 20명 남짓 정도 앉아있던 지하실 강당은 10분 정도가 지나자 전체 150석 가량이 꽉 채워졌다. 김명희 선교사가 운영 중인 브니엘선교회는 1996년 김 선교사가 할렘의 매디슨 애비뉴 교회에 출석하면서 시작됐다.


한인은 물론 아시안 이라곤 전혀 찾아보기 힘든 흑인 타운인 이 지역에서 김 선교사는 성경공부, 어린이 및 청소년 사역, 기도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조금씩 이 지역의 노숙자와 저소득층 주민에게 다가갔다.

이때부터 올해로 21년째 김 선교사는 매주 화요일마다 소울 세이빙센터 교회 지하실에서 찬양예배와 함께 지역 주민 150명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처음에는 소울 세이빙센터 교회의 지원을 받아왔으나 현재는 봉사의 뜻을 함께 하는 뉴욕 및 뉴저지 지역 한인교회의 참여로 점심 식사를 마련하고 있다고 김 선교사는 설명했다.
처음부터 점심 사역이 쉽지는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김 선교사를 경계한 주민들은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았고 식사 자리에서의 욕설과 주먹다짐은 예사였다.

그러나 김 선교사는 얼굴 한번 찌푸리는 일 없이 이들을 달래기도 하고 오랫동안 씻지 않아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노숙자들도 거리낌 없이 안아주며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화요일마다 이곳을 찾는 주민들도 20여 년간 한결같은 자리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자신들을 맞아준 김 선교사를 오래된 친구처럼, 이웃처럼 여기게 됐다.

"할렘 지역에는 노숙자를 비롯해 재정적으로 빈곤한 저소득층 주민들이 많아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는 김 선교사는 "매주 한차례씩 모임을 가지면서 얼어붙어있던 이들의 마음도 봄날의 눈과 같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처음 노숙자로 무료 식사를 하러 왔던 주민들이 이제는 오히려 나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가 되는 변화를 목격하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 할렘 점심사역을 이어가고 싶다"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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