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성교회의 담임목사 세습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교회 세습을 금지하는 교단법에도 불구하고 관련 노회가 사실상 이를 허용한데 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13년 예장통합 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은 870대 81이라는 표차로 압도적으로 통과된 바 있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도회가 ‘교회는 하나님의 것입니까?’라는 주제로 14일 장로교신학대학교 미스바 광장에서 열렸다. 또 장로교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81기 동문들이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번져 나가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세습금지법에 대한 서울동남노회의 질의에 대해서 ‘세습금지법이 아직 유효하다’는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노회 측에 전달키로 했다. 또 서울동남노회 비대위가 제기한 임원선거무효소송은 총회 재판국으로 보내기로 해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된 총회 내 법적 싸움이 시작됐다.

교회와신앙의 보도에 따르면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도회에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도다’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세습은 가난하고 작은 교회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버지도 원치 않고 아들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담임목사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은 특권 중에 특권이요. 특혜 중에 특혜다. 오죽하면 목사아버지를 둔 신학생은 선골. 장로아버지를 둔 신학생은 진골. 그런 아버지를 두지 못한 신학생은 잡골이라는 우스게 소리까지 나왔겠는가?”라고 안타까워 했다.

또 “제사장과 서기관, 율법사들 그리고 이런저런 끄나풀들이 누렸던 것과 똑같은 일이 교회 안에서도 당연히 일어나고 있다”면서 “교회가 병원, 재단 등을 운영하고 있어 그곳의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이익이고 혜택이다. 대부분의 경우 담임목사의 자녀, 가족 하다못해 사돈, 담임목사에게 충성(아부)하는 장로들이 차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서울동남노회에서 일어난 일은 명성교회 부자세습보다 더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다. 그것을 막으려던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쫓겨났다”며 “세습금지는 아직 우리 교단의 공식적인 법이다. 그런데 노회와 교회가 그 법을 어겼다. 마땅히 치리를 받아야 할 노회와 교회에 대해 무슨 일인지 아직 총회가 이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저들의 상을 엎고 성전 즉, 교단에서 쫓아내야 한다. 불의를 보고 잠잠한 것은 동조의 죄가 된다”고 강조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이번 모임을 시작으로 이런 여론들이 확산돼 나가고 이어지게 된다면 교단차원에서도 특단의 결단을 내리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믿는 자들이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나눔재단 윤환철 사무총장은 “한 혈통이 공교회를 가지고 간다는 것은 공교회성은 사라지고 한 집안의 비즈니스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교회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다. 그렇게 되면 내가 누구를 전도해서 교회로 보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명성교회는 성도 숫자가 10만 명에 달하며 1,000억대의 자산, 비자금만 800억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2일 김하나 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던 새노래명성교회를 아침에 사임하고 이날 저녁 아버지 김삼환 목사가 38년간 시무했던 명성교회의 담임목사 자리에 취임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