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14개월 만에 1,100원 붕괴…“1,050원 갈 수도”
▶ 지상사 직원·유학생 반사이익…한국산 수입업체·은행권 비상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점을 찍은 지난 17일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실시간 게시되고 있다.<연합>
급락하던 원·달러 환율이 20일, 1,100원선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환율에 민감한 한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1,097.5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29일(1,098.8원) 이후 1년2개월 만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 9월28일 1,149.1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었던 원·달러 환율이 불과 50일 사이 50원 넘게 급락한 것으로 1,050원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환율 변동추이 표 참조>
원·달러 환율 하락은 원화가치 상승을 뜻한다.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과 관련,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수출호조로 기업들의 달러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이 3분기 깜짝 성장률(전기대비 1.4%)을 계기로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북한 리스크 감소와 함께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전망에 그간 강세를 보이던 달러화 가치가 주춤하고 있는 것이 원화의 상대적 강세 배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원화가치 상승은 환율에 민감한 뉴욕 한인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웃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을 받는 한인 및 지상사 직원들은 원화가치 상승(원화 강세)이 반갑기만 하다.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 생활하는 유학생과 기러기 가족, 그리고 매달 한국 본사에서 보내오는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지상사 직원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똑같은 액수의 원화를 송금해도 낮아진 원·달러 환율 덕분에 더 많은 액수의 달러를 받게 되는 것으로 특히 지상사 직원 경우, 원화 약세 때 보다 훨씬 두둑해진 월급봉투를 받게 된다.
■울고
반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을 해야 하는 한인들은 원화 강세가 원망스럽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보내 드리는 경우나 한국에서 얻은 은행 융자금을 매달 갚아야 하는 경우, 그리고 한국과 거래하는 수입업체 등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더 많은 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한인 수입업체 대표는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입제품 원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달러 환율 하락이 계속되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한국으로의 송금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한인 은행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