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역으로 분주한 교회가 성공하는 교회일까

2017-11-01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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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설·교인과 헌금·프로그램이, 복음의 성취라고 착각 말아야

▶ 외관·인기 치중 땐 비전 상실

사역으로 분주한 교회가 성공하는 교회일까

한국의 한 대형교회에서 제자훈련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교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적’이어야 한다. 교회의 주인인 하나님이 영으로 함께 한다고 성경은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모인 교회는 ‘인간적’인 수준으로 자주 추락한다. 세속적 명예와 부귀를 추구하는 목회자는 이런 물결을 방관하다 결국 합류하고 끝내는 앞장서 조장한다.

세상적 가치관에 물든 교회가 저지르는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분주함’에 빠지는 것이다. 사람과 돈을 동원해 끊임없는 역동성과 가시적 성과를 앞세우다 교회의 본질을 외면하는 과오를 저지른다.

교인을 등급별로 승진시키는 제자훈련, 온갖 수단을 동원한 매혹적인 예배, 안락하고 멋진 성전, 요란한 단기 선교와 간헐적인 이웃돕기 등 모두 자칫하면 영적인 함정이 될 수 있다. 교회 사역이 어느 순간 ‘교회 비즈니스’로 변색되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영성은 종교적 구호로 전락한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대표 톰 레이너 목사는 지난 31일 칼럼을 통해 “교회 사역이 비즈니스로 변질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색된 ‘교회 비즈니스’는 교회에 영적, 질적, 현실적 타격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레이너 목사는 이런 교회들이 ‘사역을 현실적 가치와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눈에 보이는 가치가 얼마인가로 사역의 무게를 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사역이 복음의 수단이 아니라 사실상 목적이 돼 버린다. 프로그램의 성공이 마치 복음의 성취인 것처럼 본말이 뒤바뀐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교회가 명확하고 진정한 목표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이런 교회의 특징 중의 하나는 목사와 장로 등 교회 리더들이 ‘아니오’라는 말을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간관계와 교인 숫자, 헌금 규모, 사역의 실적 등을 의식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무책임한 의식이 교회를 휘감는다.

이러다 보면 교인 감소와 나아가 교회의 존폐에 대한 두려움이 싹 트고 교회에서 영적인 진실성보다 겉으로 보이는 조건들이 우선시 된다. 교인들도 교회를 소개할 때 건물과 시설, 교인과 예산 규모, 프로그램과 목회자의 인기를 주로 과시하게 된다. 또 교회가 세상 문화에 접근하고 선도하기는커녕 문화와 대적하고 싸우려 든다.

레이너 목사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바쁜 교회가 효과적인 교회는 아니다’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교회는 안팎의 고유 상황에 맞춰가야 한다면서 다른 지역에서 사역을 가져와 이식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형 유명 교회의 프로그램을 이민교회에 가져와도 적용과 안착은 또 다른 문제인 셈이다.

교회는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양성하는 과정을 뚜렷하게 정리해야 한다. 교회의 비전 역시 제자화의 과정이어야 한다. 비전 선언문은 짧고, 기억하기 쉬워야 하며, 수시로 교회 안에서 언급이 돼야 한다.

또 교회 안에서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교회의 사역을 외부적인 겉모습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영적인 열매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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