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으로 콩팥이 망가져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
당뇨발.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신부전(콩팥기능부전)은 혈액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 혈관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다. 당뇨병, 고혈압, 콩팥 사구체 염증(사구체신염)이 주요 원인이다.
신부전 환자는 투석기(인공신장기)와 투석막을 이용해 혈액 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이런 환자는 매년 약 1만2,000여명이 새로 발생한다. 이 중 48%, 연간 6,000명가량은 당뇨병 때문에 신부전을 앓게 된 경우다. 높은 혈당은 몸속 곳곳의 혈관을 손상시켜 신장 기능도 떨어뜨린다. 당뇨병성 신부전은 투석을 해도 5년 생존율이 60%, 10년 생존율이 3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고혈압 역시 사구체 내 압력을 높여 콩팥 기능을 서서히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면역억제제와 이식 후 관리 기술 발달로 최근에는 조직적합성이 하나도 안 맞는 경우에도 수술이 가능해졌다”며 “유전적으로 남남인 부부 사이에도 신장을 주고받을 수 있고 결과도 좋다”고 말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에 따른 시력 저하와 성인 실명의 최대 원인이다. 당뇨병을 15년 이상 앓은 1형 당뇨병 환자의 98%, 2형 당뇨병 환자의 78%에서 발병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만성적인 고혈당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망막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생긴다. 그 결과 정상적인 혈관 벽 구조를 갖추지 못한 신생 혈관이 마구 만들어진 뒤 터지거나 혈액 성분이 누출돼 염증·부종을 일으킨다. 신생 혈관이 눈 속 대부분을 차지하는 투명한 유리체로 뻗어 가면 부유물·거미줄 같은 것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시(視)세포가 몰려 있고 초점이 맺히는 황반 부위에 부종이 생기면 심각한 시력 저하 등을 유발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절반가량이 황반부종을 동반한다.
당뇨병으로 수정체의 단백질 성분이 변형되면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이 생긴다. 신생 혈관이 눈 앞쪽 홍채까지 뻗어 가면 ‘신생혈관 녹내장’으로 실명할 수 있다.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당뇨병이 있으면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은 정밀 안과 검진을 받고 혈당·고혈압·고지혈증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신경 손상으로 감각이 둔해진다. 점차 세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가벼운 상처가 궤양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성 족부 궤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당뇨발이다.
처음에는 발이 시리고 저리면서 화끈거리는 등 이상 감각이 나타난다. 또 운동신경 이상으로 발가락의 작은 근육들이 마비되고 변형돼 굳은살이나 상처가 잘 생긴다. 사소한 염증, 발톱을 깎다 생긴 상처, 꼭 끼는 신발로 인한 물집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궤양으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매일 발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혈액순환 장애로 발이 시리거나 찬 증상이 나타나고 발가락이 갑자기 까맣게 썩기도 한다. 자주 발이 붓고 피부에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해지고 갈라져 상처가 나는 경우도 많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오래됐거나 흡연자,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사람은 당뇨발 위험도가 더욱 높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15~25%가 발에 궤양이 생긴다. 당뇨발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면 2년 안에 다른 쪽까지 절단할 확률이 50%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