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세교회 닮아가는 한국교회 반성해야”

2017-10-26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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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등 1,700명 불꽃으로 십자가 장식, 백색대서 기네스 기록…“말씀이 빛” 되새겨

▶ 종교개혁 500주년 맞아, 한국루터회, 변화 촉구

“중세교회 닮아가는 한국교회 반성해야”

한국의 백석대 교직원과 학생 1,700명이 촛불로 십자가를 만들고 있다. <연합>

한국의 기독교 대학에서 1,700명이 손에 불꽃을 들고 십자가를 만드는 신기록을 달성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백석대는 25일 천안 캠퍼스 운동장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모여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말씀이 빛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불꽃을 드는 월드 기네스 기록에 도전했다.

운동장에 집결한 학생들은 바울서신 말씀이 한 절씩 새겨진 1,700개의 티셔츠를 입고, 십자가 모양으로 구성된 의자에 앉았다가 정해진 시간에 스파클러(손에 드는 불꽃놀이)를 동시에 켰다.


바울서신서는 갈라디아서, 데살로니가전서·후서, 고린도전서·후서, 로마서, 골로새서, 빌레몬서, 에베소서, 빌립보서, 디모데전서·후서, 디도서로 이뤄져 있다.

이 자리에서 기네스 기록을 판정하는 솔베이 말로프 심판관이 기네스북 인증서를 장종현 백석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전 기록은 2016년 7월 일본에서 1,414명이 불꽃을 들은 것이었다.

장 총장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백석대 구성원들이 하나 되어 말씀을 입고, 빛으로 십자가를 나타냄으로써 세상을 향해 개혁의 필요성을 외친다는데 오늘 행사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합뉴스는 한국루터회를 찾아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를 보도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루터회 김철환 총회장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중세시대의 교회를 닮아가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변화를 촉구했다.

한국루터회는 종교개혁의 3대 원리인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서’라는 복음적 전통을 따르고 있다. 루터회는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설립된 첫 개신교회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여러 나라가 루터교를 국교로 삼고 있다. 한국은 1958년 루터회를 받아들였으며, 10월 기준 49개 교회에서 목회자 60명이 활동하며 3,556명의 교인이 있다.

김 총회장은 “루터 전집 25권 번역을 추진했는데 올해 안에 모두 완성된다. 오는 28∼29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다시 그리스도만으로’를 주제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를 연다. 개신교 22개 교단에서 1,000명 넘게 참석해 연합예배를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종교개혁의 의미에 대해서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가 분출된 사건이었다. 교회든 사회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이 가르침은 오늘날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중요한 건 개혁의 주체는 나 자신이고, 개혁의 대상 역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잘못의 원인을 ‘너’라고 지목하는 데 익숙해 있지만, 내가 변하지 않으면 외부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실망만 반복될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가 개혁해야 할 점과 관련해서는 “한국 교회는 중세시대의 교회에 머무는 게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교회는 제도와 형식 등 교권이 예수님보다 위에 있다. 왜 교회 건물은 번듯하게 크게 지으면서, 정작 헌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에는 인색한가? 교회는 섬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루터의 가르침은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말씀’,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등 5개로 압축된다. 종교적인 색채를 빼고 설명하자면 우리는 ‘나그네’, ‘거지’, ‘머슴’처럼만 살면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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