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몰하는데… 아무 것도 않는 무대책이 최악

2017-10-19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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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해가는 교회’ 5가지 선택과 장단점

침몰하는데… 아무 것도 않는 무대책이 최악

쇠퇴하는 교회는 일반적으로 다섯 가지의 선택 중 하나의 길로 가게 된다.

❷점증적 변화
개선 속 희생 각오해야

❸다 바꿔야 산다
근본적 변화 후유증도

❹교회 문 닫자
난장판 없지만 무기력


❺다른 교회에 흡수
새 교회와의 갈등 감수

교회를 개척하면 급속히 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대형교회라는 무지개를 좇는 행렬은 이제 힘을 잃고 있다. 더구나 규모가 때론 진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자각이 널리 퍼졌다. 크기를 떠나 복음의 본질을 실천하는 교회를 사람들은 찾아 헤맨다.

하지만 교세가 기울고 교회가 시들어가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가 강조한 ‘겨자씨의 원칙’은 지금도 적용된다. 교회의 건강을 회복하고 복음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려는 열정과 노력은 끊이지 않아야 한다.

교회의 체질이 악화되며 성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과연 목회자와 리더들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수많은 교회에서 당면한 현실적 질문이자 과제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대표 톰 레이너 목사는 16일 칼럼을 통해 ‘쇠퇴의 길을 걷는 교회가 일반적으로 취하는 다섯 가지 선택’을 분석했다.

가장 먼저 교인이 계속 줄어들고 영성도 죽어가는 소위 ‘망해가는 교회’ 중에서 많은 교회들의 선택은 바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다섯 가지 선택 가운데 최악의 경우다.

물론 이점도 있다. 리더와 교인들 사이에 갈등과 대립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목사는 하던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에 처해서도 아무 대안을 추진하지 않으면 목회자나 장로 등 리더들도 얼마 못가 시들어 버린다. 예수 그리스도가 명령한 복음 전파의 대사명을 외면하고 불순종하는 짓이다. 게다가 시들시들한 교회를 시무한다는 것은 목회자에게는 정말 ‘재미없는 일’이다.


두 번째로 ‘망해 가는 교회’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점증적인 변화’이다. 레이너 목사는 수 년 전 자신이 쓴 책 ‘코끼라 잡아먹기’에서 강조한 변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변화를 점점 늘리는 선택을 취할 경우 목회자는 가능한 많은 교인들이 따라 올 수 있는 방향과 속도를 찾아 낼 수 있다.

장점은 일단 변화가 일어나면 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를 떠나는 교인도 크게 감소하고 비난도 수그러든다. 목사의 위상도 정립된다.

주의할 점은 ‘피 흘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대부분 교회는 점진적으로 변화를 늘릴 만한 여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또 세상은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사뭇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증가한다는 건 바로 끊임없이 피를 흘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결정적인 변화’의 길로 가는 것이다. 이런 선택을 취하는 교회는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아주 간단한 원리를 깨우친 것이다. 교회는 리더십을 포함해 구조적이고 근본적이며 체계적인 변화의 길로 접어든다.

상황은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되고 커뮤니티에서 차지하는 복음의 영향력도 다시 회복된다. 그리고 변화의 물결을 탄 교인들은 복음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순종하게 된다.

단점은 교회의 핵심 교인들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교회의 생존을 위한 노력이 교회의 존립을 위협하게 되는 셈이다. 리더십도 비판에 직면하고 목사는 교회를 떠나게 될 수도 있다.

네 번째는 아예 ‘교회 문을 닫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앞서 언급한 ‘아무 것도 안 하는 교회’와는 전혀 다르다. 교회가 침몰하고 있으며 조만간 사망에 이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근차근 교회 문을 닫을 준비를 하면서 자산을 처분한다.

이런 교회는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마지막 순간에 대안을 찾으려 난장판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대신 모든 과정을 계획하고 질서있게 진행할 수 있다.

단점은 물론 교회가 죽는다는 것이다. 한때 이 교회의 교인들로 인해 커뮤니티에 전해졌던 복음의 힘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마지막 선택은 ‘다른 교회에 흡수’되는 것이다. 건강한 교회의 지교회로 편입되거나 아예 흡수돼 가는 길이다. 당연하게 모든 리더십과 자산도 흡수되는 교회에 양보해야 한다.

이런 경우 커뮤니티에 전하는 복음의 영향력을 살릴 수 있다. 새로운 지도력과 자산을 공급받아 전환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교회의 간판은 내릴지언정 생명력은 죽지 않고 유지된다.

부정적인 요소도 적지 않다. 흡수하는 교회의 성도와 흡수되는 교회의 교인들 사이에 차이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흡수된 처지에 있는 성도는 새로운 교회에서 부당하게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에 젖을 수 있다. 실제로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고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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