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신간 ‘고운 마음 꽃이 되고…’ 펴내
2017-07-27 (목)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의 난초를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 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의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中)
이해인 수녀
“말이 향기로우려면 삶 또한 향기로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일상생활 속에서 끝없이 노력하는 언어의 수행자가 되어야 하겠지요.”
이해인(72) 수녀가 사는 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는 동백꽃이 지천이다.
꽃처럼 고운 마음으로 고운 말을 찾아 건네는 고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갈망을 계절마다 새롭게 피워올린다는 이해인 수녀.
연합뉴스는 26일 그가 언어를 갈고 닦았던 노력을 글로 엮어 신간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를 펴냈다고 전했다.
책에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위로와 용기, 때로는 낭패가 된 단상이 단정하게 정리돼 있다. 이해인 수녀는 아무리 화가 나도 막말은 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감정 조절이 잘 안 될 때 쓸 수 있는 언어를 연구해봤더니, ‘보통 일이 아니에요’와 ‘이러시면 곤란합니다’가 으뜸이더란다. 화날 때 저 두 마디로만 감정을 갈음한다면 세상에 싸움이 날까 싶다.
비교해서 말할 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누가 더 예쁘고 똑똑하다는 편애하는 말은 필연적으로 못난 쪽의 야속함을 낳기 때문이다. 봄이 좋으냐, 가을이 좋으냐는 질문에도 이해인 수녀는 답을 망설인다. “계절한테도 왠지 미안해져서”라고 한다.
농담에는 배려가 필요하다. 농담은 장미와 같아서 주변을 화사하게 할 수도, 뾰족한 가시로 남에게 큰 아픔이 될 수도 있다. 평소 못마땅하게 여기던 점을 농담을 구실 삼아 슬쩍 말하는 건 비겁한 일이다. 다만, 농담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잘 넘어가는 건 재치있는 일이다. 누군가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게 “만약 결혼하셨으면 2세의 얼굴이 추기경님처럼 못생길 게 뻔하니 결혼 안 하시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고 했더란다. 이 말에 추기경은 “나도 그리 생각한다네”라며 유쾌하게 웃어넘겼다.
이해인 수녀는 날마다 새롭게 지혜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고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