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내과·신장내과 전문의>
지난달 의학회보지로부터 “외로움이 사람을 아프게 하는가”에 대한 의학 논문의 리뷰 이멜이 왔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미국의학 학회지(American Journal of Medicine)의 논문을 읽다가 필자가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레지던트를 할 때 계셨던 심장내과 과장님의 글을 보게 되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복잡한 건강문제들을 지속적으로 고쳐주기 힘든 상황들에 대한 글이었다
모든 의사들이 느끼는 것이지만, 필자 또한 LA에 이사오기 전까지 많은 미국인 환자들을 보면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적절한 장기적 치료에 문제점을 절실히 느끼면서 한국사람들은 그래도 가족들이 곁에 많아서 이런 문제는 단순히 핵가족이 된 미국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LA 한인타운으로 이사와 병원을 하면서 한인 노인분들도 이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매일 실감하고 있다.
필자의 예상과는 반대로 많은 한인 노인분들이 미국에 홀로 살고 있는 것을 본다. 자녀들은 오히려 한국에 살고 있고, 나이든 노인부부, 아니면 혼자서만 LA에 살고 있다고 하는 분들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노인 부부가 둘이 살면 그나마도 다행이다. 80대 후반이 되셔서 오래된 당뇨로 눈도 침침해서 약도 잘 챙겨 못 드시는데, 걷는 것도 불편하신 분이 혼자서 사시는 것을 보면 혈압, 고혈압, 폐질환 등 질환들을 모두 한결같이 제대로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진료를 할 때 환자분께 그분의 자녀들과 같이 사는 방법을 토론해보면 자녀들이 한국에 있고, 한국에 가면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지도 않고, 자녀들도 살기 바빠서 자신을 보살펴 주기도 힘들고 같이 살 형편도 못된다고 한다. 물론 자녀들이 미국, 아니면 같은 LA 카운티나 어바인에 산다고 해도 쉽게 자녀들의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안되는 분들이 대다수다. 이런 분들 중에서 우울증이 안 걸린 분이 얼마나 될까?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는 연세가 지긋하신 혼자 사시는 환자분들께 “애인 사귀세요”라는 말을 종종 한다. 농담처럼 말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90% 진담일 수도 있을것 같다.
미국에서 80년대 유행하던 ‘골든걸’이라는 코미디를 기억하시는 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 코미디에는 나이가 지긋히신 할머니들이 서로 같이 의지하고 살면서 일어나는 일의 풍자극이다. 그때는 필자가 고등학생였는데, 의사가 된 지금 그 ‘골든걸’ 같이 몇몇 마음이 맞는 노인들이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이 얼마나 의학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좋은 것인가 세삼 깨닫게 된다.
사람이 아플 때 혼자 있는 것처럼 외롭고 쓸쓸한 때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병치레는 피해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자신이 건강하고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고만 생각한다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아무리 미국이 부유해진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간호사를 대주거나 도우미를 대주거나 해준다고 해도 해 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노인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맘이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도우면서 살 수 있는 기회를 공공단체들이 힘을 써서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13)232-7013, www.iVitaMD.com
<
조동혁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