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AlphaGo) 와의 바둑대결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세돌의 절대 우세를 예상했다. 공식이 없는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 조합의 수를 컴퓨터가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세계가 놀랐다. 4 대 1 로 알파고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후 해를 넘겨 몇 주 전 벌어진 세계 1위 커제와의 대결에서는 3:0 알파고의 전승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예상했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인공지능 (AI) 이다. 컴퓨터지만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인간의 예측을 훨씬 넘어선다.
인간이 1,000년 걸려 학습해야 갖출 능력을 불과 일주일이면 가능하다. 앞으로 컴퓨터 속도가 더욱 빨라짐에 따라 그 능력은 어디까지 진화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능력이 앞으로 응용될 경우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 사실 AI는 이미 우리 삶 속에 파고 들기 시작했다.
자율자동자, 인공비서, 사물인터넷, 맞춤형광고 등이 좋은 예다. 알파고가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것은 AI 의 가능성이 과연 어느정도인가를 파악하는 가늠자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대결을 바라본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간이 알파고를 이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커제는 그 분석을 증명하는 데 일조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AI 가 이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할 것이라고 염려하기도 한다. 가장 큰 염려는 AI 를 장착한 로봇이 인간을 조종하며 지배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AI 가 생물학과 융합하여 유전자 조작을 통한 IQ 300 의 복제인간이나 인조인간을 만든어 모든 인간을 감시한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면 AI 는 선한 것일까 두려운 것일까?
본질적으로 과학의 발달은 필요하다. 아니 좋은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 아니면 그 누가 그런 놀라운 일을 이루겠는가? 그러기에 알파고의 승리와 AI의 진화는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막을 길이 없다. 나아가 모든 인간은 과학의 진보로 인한 편리와 풍요를 누려왔고 또 더 많이 누릴 권한이 있다.
그러나 선이 가는 곳에 악은 항상 따라 다닌다. 악은 선을 먹고 사는 기생충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스스로 존재하지 못한다. 바이러스나 거머리처럼 반드시 남의 피를 빨아 먹어야 사는 존재다. 따라서 과학이 발달할 수록 악도 역시 반드시 과학의 선한 목적을 파괴시키려 열을 올릴 것이다.
그래서 악의 파괴성 때문에 AI 의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긍극적으로 악은 선을 이길 수 없다. 아니 악은 영원히 사라질 존재다. 그것은 성경의 선언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선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면 악의 공격에 두려워하기 보다 오히려 선을 키워나가는 일에 집중할 일이다.
사실 뒤집어보면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의 승리가 아닌 인간의 승리다. 인간이 알파고를 만들지 않았는가? 그러기에 인간의 패배에 애석해 하기 보다는 오히려 AI 의 진보에 박수를 보내면서 그 능력으로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의 파괴성은 여전히 관과할 수 없는 요소다. 실제로 AI 진보로 많은 악의 파생품들이 발생하고 있다. 편리 중의 외로움, 풍요 속의 빈곤, 평등 속의 차별과 같은 현상들이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악의 영향은 이기주의로 인한 공동체 파괴현상으로 보인다. 부의 편중, 노동력 잠식, 비인격화는 사람과 사람간의 불신과 격리를 낳을 수 있다. 경계할 일이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도록 창조되었다. 어우러져야 아름다운 존재다. 창조주 하나님이 삼위일체 공동체로서 하나이듯이 인간도 공동체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면서 하나가 되어갈 때에 참된 만족을 누리도록 창조되었다. 내가 속한 작은 공동체(가정, 교회, 직장, 학교) 뿐 아니라 온 인류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리며 언어와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여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다면 기쁨이요 복이다. AI 가 그런 역할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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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철 목사/천성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