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초반의 사위가 팔십후반의 장모님을 간병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얼마전 한국 TV를 보다가 육십대 사위가 팝십후반의 독거 장모님을 같은 집에 살며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저렇게 진심으로 효도하는 마음으로 장모님을 간병해야 되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 나의 장모님 돌봄은 다분히 직업적인 계기로 시작되었다.
풀타임 교수직을 사임한뒤, 파트타임 가르침에 여가시간이 많아진데다, 장모님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모시고 가는 시간, 그 외로 여러 돕는 시간이 늘어 마침내 메디칼에서 운영하는 IHSS(In Home Supportive Service)프로그램에 가입해서 졸지에 파트타임 간병인(Provider 프로바이더라고함)으로 보조금과 메디칼 혜택을 받게 된것이다.
목회할 때도 노인 섬기는 것이 주특기 였고 행복연구원 강의나 상담 등 이 분야에 은사가 있는 셈이라, 나도 하는 일이 즐거웠고 장모님도 흡족해 하셨다. 몇번의 죽을 고비를 밤에 엠블런스를 불러 적시에 병원에 모시고 가서 회생하신 경험이 있어, 자녀들도 중대문제 결정권을 나에게 맡기곤 했다.
오월초부터 안고 일어서시고 눕는데 불편함과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하셔, 날로 심해지시는 것이었고, 장모님은 담인 것 같으니 파스를 붙이고 참으면 낳을 거라고 하시며 병원 가시기를 꺼리시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번에도 병원에 들어가셨다가 양로원에 완치될때까지 한달여를 넘게 계셨고 그것이 또 반복될까봐 두려워 하시는 것이었다.
지난 5일 저녁 점점 통증이 심해지시고 대소변도 힘드셔, 야밤 늦게 우격다짐으로 엠블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이동. 진단 결과는 척추뼈에 금이 간 콤프레션 흐랙쳐(compression fracture)였고, 수술이 아니고는 치료할수 없는 상태였다. 몸이 워낙 비대하신데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아주 약해져, 몸의 압력에 뼈에 금이 간것이었다.
수술 후 재활원에서 가료중이신데 얼마나 빨리 집에 오실지는 본인의 노력과 상태의 변화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오랜 간병을 통해 깨닫은 것은 약을 열일곱 가지씩 잡수시며 모든 의술이 동원되어도 몸이 쇠약해지며, 따라서 나타나는 중증상을 완전히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몸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요, 약한 부분을 주의해서 건강히 지켜야 된다는 것을 깨닫고 나 자신도 그 면을 유의해서 건강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타고난 건강의 차이점은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아픈데가 늘고, 행동이 느려지고, 몸의 거동이 힘들어져 점점 침대를 접하는 시간이 늘고있다.
아픈데도 많아져 진통제도 잘 안들으면, 고통을 삶으로 체득하며, 이겨내며 살아야 되는 것이 누구나 겪는 과정인 것 같다. 동진 스님은 불자칼럼 “시들어짐에 대하여” 에서 이렇게 말했다. 늙지 않는 자는 없다. 그래서 꽃이 왜 지는지 알아야한다. 그 답을 모르면, 그 해답을 내가 찾지 않으면 늙어 병듦은 고통 뿐일 것이다.
오래 사는 거 하지 말란게 아니다. 오래, 속에는 늙음이 있고, 늙음이 허물어 지는 것,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젊어 보이려기 보다는 어떻게 아름다워 질까에 대해서, 방향전환을 할수 있게 될것이다.
비굴하게 젊어 보인다는 말을 구걸하지 않고, 깊게 파인 주름살을 보이며 파안대소 하는, 보기 좋게 늙은 노인이 될것이다. 신약성경에 사도 바울도 몸에 질병(심한 두통, 안질, 또는 간질로 봄)이 있어, 그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세번 주께 간구했으나, 하나님은 “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 짐이라”(고후12:9)고 하시며 고쳐주시지 않았다. 그는 그 가시를 가지고 아픔을 참고 선교사명을 완수해 나갔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이런 승리의 개가를 부른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롭도다…만일 땅에 있는 우리 장막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노니… 그것으로 덧입기를 간절히 사모하노라”(고후4:16-5:2)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의 속사람이 날로 강하여져 육신적으로 아픔과 고통까지도 이기며, 하늘나라에 입성하는 그날을 고대하며 우리의 사명을 감당해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한다. 장모님께서 이번에도 다른 때 같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치유함 받고 속히 귀가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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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수 목사/행복연구원 길라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