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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행 ‘융자담당 직원 빼가기’ 출혈 경쟁

2017-05-19 (금)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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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은행 한인시장 공략 본격화 인력난 심화 가중

▶ 융자문의 증가 불구 일손 부족

대출자산 품질 저하 초래 우려 목소리 높아

한인 은행권의 론 오피서(LO) 부족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SBA론이나 상업융자, 주택융자 등 다양한 융자상품을 판매하는 론 오피서들은 실적에 따라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주류은행들의 한인시장 공략이 본격화 하면서 인력난 심화가 가중되고 있는 것.


특히 주류은행으로 이직하는 젊은 론 오피서들이 늘면서 은행간 인력 빼가기가 출혈 경쟁을 부추겨 결국 대출 자산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일원에서만 영업 중인 커뮤니티급 한 한인은행의 부행장은 “일반 융자는 물론, 연방중소기업청(SBA)론을 취급할 수 있는 직원들도 씨가 말랐다”며 “대출 신청은 꾸준히 들어오는데 일손이 부족해 주말까지 반납하고 일하는 론 오피서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한인은행의 본부장도 “융자문의는 증가하고 있는데 론 오피서 구하기는 쉽지가 않다”며 “요즘은 직원 구하러 다니는게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한인 은행권에 따르면 론 오피서 부족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젊은 론 오피서들이 은행의 규모를 떠나 광범위하게 주류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해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에 분업화된 업무 환경, 유리한 커리어 관리 등이 젊은 론 오피서들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한인은행의 부행장은 “은행 내 론 오피서 비율은 25% 정도가 적당한데 현재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특히 대출 실적을 높이려는 은행 경우, 지금 이 시간에도 유능한 론 오피서를 스카웃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론 오피서들이 귀한 몸이 되면서 부작용도 일고 있다. 타인종 인력을 들였다가 기업 문화 등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거나, 당장 급해 평판이 좋지 못한 론 오피서를 채용했다가 곤혹을 치른 곳도 있다. 또 통상 첫 6개월은 실적과 관계없이 두고 본다는 계약 조건을 달았는데 월급만 축내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철새족도 있다.

은행들도 상황이 심각하며 우려스럽다는 데는 동의한다. 인건비로 지나치게 큰 금액이 지출되고, 다른 직원과는 위화감이 커지며, 대체할 직원이 없어 징계 등의 수단이 사실상 없는 등 사태가 장기화되면 전반적인 대출 자산의 품질이 악화될 우려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한인은행의 행장은 “인재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직원 빼가기에만 몰두하면 공멸 할 수도 있다”며 “경쟁도 좋지만 론 오피서 등 인재 양성은 공통의 과제로 한인은행들이 합심해서 인재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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