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지원 법률 칼럼]

2025-08-22 (금) 08:22:08 정지원/상해사고전문변호사
크게 작게
뉴욕과 뉴저지의 교통사고 관련법을 놓고 가장 큰 차이 점 중에 하나는 양측이 모두 잘못했을 때, 즉 쌍방 과실이 발생했을 경우에 법이 보는 관점이다.

미국에서 쌍방과실로 인한 사고의 책임 여부는 사고가 발생한 주(state)의 법이 기여과실(contributory negligence)이냐, 아니면 비교과실(comparative negligence)을 따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기여과실일 경우, 원고가 사고의 단 1%라도 책임이 있다면 어떠한 배상도 받을 수 없다.
미국에서 기여과실 제도를 따르는 곳은 앨라배마, 워싱턴 D.C., 매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그리고 버지니아 밖에 없다.


하지만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대다수 주는 ‘비교과실’을 적용한다. 비교과실이란 원고의 과실 비율에 따라 피고의 책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제도다.
예를 들어보자.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A라는 운전자가 파란불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던 중 반대쪽(역시 파란불)에서 과속으로 오던 B의 자동차와 충돌했다. A는 이 사고로 갈비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A가 잘못했다. 교통법규에 따르면 직진하고 있는 자동차(B)는 반대쪽에서 좌회전을 하는 차량(A)보다 우선권(right of way)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고가 위에서 언급한 기여과실 주에서 발생했다면 A는 아무리 부상이 심각하다 해도 B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낼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고가 뉴욕에서 발생했다면 A는 B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하다. A의 과실이 높긴 하지만 B의 과속도 사고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만약 A의 과실 비율이 70%라면 B의 과실 비율인 30%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

즉, A의 부상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금이 10만달러라고 가정한다면 A는 B로부터 3만달러를 받아낼 수 있다.
뉴저지의 경우, 뉴욕과 같은 비교과실 주이긴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뉴저지는 단순한 비교과실이 아닌 ‘수정 비교과실’(modified comparative negligence)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수정 비교과실이란 내가 상대측보다 과실 비율이 1%라도 더 많다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나에게도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긴 하지만 상대측보다 책임 비율이 낮아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내 과실 비율이 상대측보다 보다 높다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즉, 원고의 과실이 51% 이상이면 뉴저지에서는 소송을 하더라도 패소한다.
따라서 만약 위에서 언급한 사고가 뉴저지에서 발생했다면 A는 B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

<정지원/상해사고전문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