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말했지요.
8살 때,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막 도착했던 무렵
선생님이 시를 하나 암송하라고 했다고,
‘난 기억해, 난 기억해, 내가 태어난 집을’로 시작하는 시.
잘 모르는 언어로 자랑스럽게 시를 외웠고 또
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연습했지만, 막상
학생들과 학부형들 앞에 서서 시를 암송해야 했을 때
당신은 오직 ‘나는 기억해 나는 기억해’만을
기억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창피하게 자리에 앉아버렸다고
당신은 지금, 10층 노인아파트에 살죠, 거기서
첫 한 달은 울며 아들을 그리워했죠. 전근을 가며
새 집이 크지 않아 당신을 모실 수 없다 한 아들.
오락담당 디렉터가 플라스틱 비누통으로
새집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을 때면, 당신은 슬그머니
당신의 방으로 가곤 한다죠. 보헤미안 라디오에 채널을 맞추고
거기서 맨발로 춤을 춘다고요. 혼자서, 오래전
당신이 태어난 방에서 당신이 그랬듯이.
Phebe Hanson ‘노인아파트의 그녀에게’ 전문
임혜신 옮김
그림으로 그려낼 수 없는, 소설로 써 내려갈 수도 없는 한 여인의 삶이 이 짧은 시 속에 가득 담겨있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온 그녀, 지금은 노인아파트에 들어와 혼자 사는 그녀. 그 여인은 노인들끼리 모여 앉아 놀이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가보다. 그래서 때로 혼자 춤을 춘다. 그녀는 보헤미아 생, 고향을 떠난, 규율과 관습을 싫어하는 떠돌이 보헤미안이다. 슬프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방랑을 춤출 수 있는 방랑자는 결코 슬프지 않다고, 결코 외롭지 않다고 이 시는 수많은 이 세상의 그녀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지 않은가.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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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be Hans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