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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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의 싸움

2017-05-15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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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때가 왔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3대 경제공약은 재정확대와 감세, 보호무역 강화, 그리고 저금리다. 문제는 이들 공약들이 서로 모순된다는데 있다.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어서 예측이 힘들다는 것도 문제다. 미국이라는 몸은 하나인데, 오른발은 앞으로, 왼발은 뒤로 가겠단다.

첫째, 세금만 보더라도 그렇다. 트럼프는 세금을 낮추면 경제가 무조건 살아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정부가 걷는 회사 하나당 세금은 줄어도, 경제가 살아나서 국가 전체적으로는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다는 논리다. 나는 이것을 ‘박리다매’식 조세개혁이라고 손님들에게 설명한다.

법인세율 15% 단일화 약속도 그렇다.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위험이 있다.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 고소득자들의 1099 바람이다. 20년 전, 내가 미국에서 처음 회계사를 시작했을 때 서점에 가면 ‘세금 줄이고 싶으면, 회사부터 만들어라’ 라는 책이 많았다. 그때 절판되었던 책들이 다시 인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비즈니스로 하면 15% 세금만 붙는데 누가 35%의 세금을 내는 W-2를 받고 싶어 하겠나.


둘째, 고금리와 달러 강세에 대비하여야 한다. 예상만큼 경기가 안 좋아지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카드를 꺼낼 것이다.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이 돈. 국채를 더 찍어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러면 결국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물론 이것은 트럼프의 공약(저금리와 달러약세)과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준비하라는, 어떻게 보면 아주 위험한 예상이다. 그러나 VIP는 파티가 한창일 때 빠져나오는 법이다. 다른 사람들과 반대로 생각하는 것도 돈 버는 방법이다.

지금 한국에서 돈 갖고 와서 플러싱 상가에 투자했다고 치자. 그리고 운이 좋아서 2년 뒤에 돈을 많이 남겼다고 치자. 그런데, 그 돈이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환율이 그대로 일까? 1달러에 1130원 하는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부동산에서 남고 환율에서 밑지면 은행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다.

셋째, 한국은 미국이라는 ‘국제 깡패’ 맞을 준비를 하여야 한다. 미국은 부족한 돈을 힘으로 다른 나라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비난의 대상이 필요하고, 그것은 결국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되기보다는 한국 같이 힘없는 나라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우리들 마음은 어떨까? 나는 미국에 시집와 살고 있다. 여기서 뼈를 묻어야 한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자꾸 친정에 대고 돈 달라고 한다. 그래서 시집 살림이 좀 피면? 마음이 착잡한 5월이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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