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편은 군대·교도소, 아내는 병원이 사역지

2017-04-27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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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플린 부부’ 조 다니엘 목사·조순정 목사

▶ 최근 목사 안수 조순정씨 “영어는 비록 서툴지만 환자 예수영접 거부감 적어”

남편은 군대·교도소, 아내는 병원이 사역지

채플린 부부의 삶을 나눈 조순정 목사와 조 다니엘 목사 부부.

디지털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오늘날 사람들은 이전과는 판이한 생활 조건을 맞이하고 있다. 어린 유아가 능숙하게 디지털 기기를 조작하고, 수명이 늘어난 노인은 병원 침상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한창 바빠야 할 청년은 급변하는 직업 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기 급급하고, 장년층은 삶의 급류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기 일쑤다.

이런 세태에서 목회자의 사역도 당연히 변화해야 한다. 복음의 핵심이야 변할 리 없지만 현대인에게 접근하고 나누는 방도는 큰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방식에 안주하는 안이한 사역은 외면당하고 목회자의 인생 자체도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조 다니엘 목사와 조순정 목사는 ‘채플린(Chaplain) 부부’다. 한국에서는 사역지에 따라 채플린을 부르는 명칭이 제각각이지만 미국에서는 한 가지로 통일돼 있다. 군대, 교도소, 병원, 학교에서 사역하는 목회자 모두가 채플린이다. 남편 조 목사는 육군과 연방교도소에서 채플린으로 활동하고 있고 아내 조 목사는 병원에서 사역하고 있다. 조 목사는 육군 정규군 군목을 지내다 소령으로 예편하고 지금은 주방위군 군목으로 근무하고 있다.(본보 2월16일자 보도) 얼마 있으면 중령으로 승진할 예정이다. 그는 동시에 연방교도소에서 풀타임 형목으로 일하고 있다. PS-12 급으로 고위직에 해당된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이들 부부는 지난주 남가주에서 열린 성결교단 총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아내 조순정씨가 목사 안수를 받았다. ‘구태여 안수까지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생길’이 훤한 목회자의 길에 들어 선 이유는 순전히 병원 채플린으로 사역하기 위해서다.

“병원 채플린이 되기 위해서는 임상목회훈련(CPE)을 수료하고 목사 안수를 받아야 합니다. CPE 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1년에서 1년6개월 걸리죠. 병원에서 약 400시간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하고요. 목사 안수증이 없으면 인턴으로 일해야 합니다.”조순정 목사가 병원 채플린을 평생의 사역으로 삼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다. 병자만큼 위로와 평강이 절실한 사람이 흔치 않다. 더구나 죽음을 목전에 둔 처지에서야 말할 나위도 없다. 병원은 ‘영원한 생명’이 현실 세계 속에서 오가는 또 다른 전장이다.

“사망을 앞둔 백인 환자가 있었어요. 아내는 남편이 구원을 받기를 간절히 원했죠. 제가 영어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그러니 하나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병실에 들어갔죠. 부족한 영어로 5분 쯤 복음을 전하고 평생 거부하던 그분이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그리고 두 시간 후에 돌아가셨어요.”조 목사는 성령님의 능력을 가슴 깊이 체험했다고 말했다. 지혜와 용기는 성령 하나님에게 의지할 때 주어지더라는 것이다. “아기를 조산한 산모도 있었어요. 엄마 뱃속에서 불과 16주 동안 자라다 죽은 아기는 완벽하게 사람의 모든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속눈썹까지 났어요.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를 알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채플린의 사명이죠.”그녀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12명의 채플린이 있지만 벌써부터 그녀를 부르는 환자가 이어진다. 영어가 유창하고 미국 문화에 세련돼서가 아니다. 진심으로 기도하고, 진정으로 돌보는 순수한 가슴의 온기가 전해져서다.

남편 조 다니엘 목사는 “한국 사람이 주류 사회에서 사역하는 게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어서 양쪽 모두에서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다. 장점과 단점도 생각하고 접근하는 방향에 따라 180도 차이가 난다. 채플린 부부는 하나님에게 의지하며 사역의 열매를 거두는 길이 무엇인지 산증인이 되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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