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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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2017-04-25 (화) 삼우스님/ 선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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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축제가 연등행사를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불자뿐 아니라 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석가탄신일이 한국에서 국가공휴일로 제정(1975), 장엄과 화려함을 다한 오늘의 ‘부처님 오신 날’이 있기까지에는 법조인으로 용태영(1930-2010) 변호사를 비롯 부산과 영호남에서 40여대 버스를 동원, 법원 안 밖에서 불평등 철폐를 부르짖으며 수많은 시위를 벌인 보살님(여성불자) 들을 잊을 수가 없다.

부산불교 신도회 부회장을 지낸 김 청정심보살님은 그후 아들이 우리 선련사가 있는 미시간주 앤 아버 미시간 대학교에 유학, 절에 자주 나오셨는데, 몸에 계속 아픈 데가 있어 한국인 전문의를 찾아 갔더니 암 초기라고 진단, 수술하면 된다고 하면서 예수를 믿으라고 한다. 그래서 “의사선생님, 나는 불교신잡니다. 그렇게 못합니다” 하고 나왔다고 한다.

1994년 혜성스님이 뉴욕 캐츠킬(Catskills)에 대지를 구입, 한국에서 사찰전문 조사갑 대목을 초청 개산백림사 불사를 하고 있다고 해 찾아가 보니 청정심보살님이 빗물이 들어와 질척거리는 부엌에서 혼자 목수 점심을 짓고 있었다.


놀랍고 걱정이 되어, 연로하신 분이 이러다 쓰러지면 큰 일이라고 하니, “미국에서 불교가 융성하는 것 보기 전에는 눈 못감아예, 쓰러지면 내 생에 다시 와서 불사 할 거라예,”
나는 생사를 초월한 아름다운 청정심보살님의 분신과 화신이 이루는 곳에 계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영국학자 Trevor Ling 교수는 동남아와 동북아시아의 불교영향을 불교문명(civilization) 권이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한국불교는 현실을 중시하는 중국 대승불교 문화권에 속한다. “불교가 세상에 나온 것은 세상을 떠나지 않고 깨칠 수 있기 때문. 세상을 떠나 도를 구한다면 토끼에서 뿔을 찾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돈황본 육조법보단경)

한 사람이 거짓을 말하면 추종하는 만 사람이 참을 전한다. 수좌가 와서 마조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부처냐?” 하니 “마음”이라 한다. “몸뚱아리는 어디 있는고?” “몸뚱이 없이 마음만 있는고?” 달항아리 가져와 샘물 뜨서 이고 가시는 분들, “항아리 안에 달도 같이 넣어 가시오.” 몸은 항아리 달은 마음.

대승불교는 둘이 아닌 불이와 일여 그리고 일즉일체, 곧 평등 자비, 융통무애 포용성이 뛰어난 다윈주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1.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
2.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다
3. 생사(삶과 죽음)가 둘이 아니다

2,500년을 지나 지금 서양에서 불교의 가르침이 꽃이 되어 새로 피어나고 있다. 이 개척불교운동의 선구자는 승려중심의 사부대중이 아니라 청신녀 청신남이다. 재가불교운동이다. 그들의 일상생활이 바로 수행이며 보살행이다.

몸과 마음을 잘 간수, 건강과 행복을 추구, 가족과 친구, 법우들에게 기쁨을 주고 같이 성불할 수 있도록(자타일시성불도) 도반의 정성을 다한다. 이들을 통해 불교가 새로워지고 물질문화에 물들고 민족불교로 전락해 버린 아시아 불교계에 경종을 울리고 ‘부처님 오신 날’ 이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순진무구한 아기부처를 찾아 세세생생 보현행자가 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삼우스님/ 선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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