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혼식 한복, 입을까 말까?

2017-04-22 (토) 박신효/한복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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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시즌이 한창인 요즘, 신랑신부 어머님들의 고민 중의 하나는 의상이다. 여긴 미국인데 멋진 드레스를 입을까? 아니야, 그래도한복을 입어야 하나? 이때가 아니면 언제 드레스를 입어보나 하는 마음과 그래도 부모로서 한복을 입어야지 하는 마음이 서로 싸움을 한다. 아이들의 배우자가 한국 사람이 아닐 경우에는 이 갈등이 더 심해 보인다.
결혼을 일컬어 ‘인륜지대사’라는 표현을 쓴다. 결혼식(ceremony)에 임하는 자세는 식이 끝난 후의 축하파티(reception)와는 달라야 한다. 파티를 준비하다 자칫 식의 중요성이 도리어 희미해지는 것이 아닌가 점검해봐야 한다.

한국인에게 한복은 예식을 위해 가장 최고의 범절을 표현한 의상이다. 그만큼 그 자리에 대한 예의와 존중뿐 아니라 조상에 대한, 또 한국에 대한 고마움과 자긍심이 말없이 표출된다. 언어를 통하지 않은 표현이 때로는 훨씬 강력하다. 한복이 갖는 비언어적 품위, 기품, 우아, 그리고 그것을 입음으로써 얻게 되는 당당함…… 서구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지만 우리도 좀 떳떳하게 우리 것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에는 엣날과는 달리 한복의 색상과 스타일도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넓다. 지난번 어느 유명 미 디자이너의 전시회에는 한복의 좌우대칭이 아닌 동정 라인의 파격을 활용한 신부 드레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언밸런스의 미학은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지만, 서양 디자이너가 이를 활용하는 것을 보니 새삼 우리가 먼저 이를 적극 홍보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복에 대한 가장 큰 선입견은 ‘촌스럽다’였다. 이는 옛 한복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생긴 편견이다. 오늘날의 한복은 많이 변했고, 편해졌고, 현대의 문화와도 잘 어울리게 변화되었다. 요즘엔 흔히 “한복이 이렇게 예쁜 옷인 줄 몰랐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서 “우리 딸에게도 곱게 입혀보고 싶다”는 얘기들을 하신다.

결혼식 때의 한복을 고를 때에는 너무 단정해 초라해 보이는 것을 피하고 너무 유행을 따른 디자인이나 색상이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오래 두고 보아 우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한복을 입고 우아하지 않은 한국인은 없다.

한인 이민사가 길어질수록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서양화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뿌리를 찾고 문화를 보전하는 일은 항상 필요하고도 아름다운 일이고, 또 한 단계 더 높은 의식수준을 요구하는 일이다. 요즘에는 한국 정부에서도 한복 한류를 뒷받침하는 데 적극적이라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신효/한복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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