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 아내의 장례식은 잘 치루었습니다. 끝까지 온 정성으로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그러면 제가 너무 눈물을 흘리게 될 것 같아 쪽지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쪽지를 오늘 병원직원이 필자에게 건내주었다.
내과 주치의로서, 그리고 종합병원에서는 입원해 있는 환자중에서도 가장 아픈 환자들을 보게 되는 신장내과 전문의로서 필자는 자주 환자의 삶과 죽음을 가로짓는 결정을 하는데 조언을 하고, 환자의 임종을 보게 된다.
이런 경우에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든 사람은 항상 선택하지 않은 다른 방법을 했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을 갖게 된다. 환자를 치료했던 의사들에게는 미련뿐만 아니라 더욱 더 나은 치료방법을 모색하게 되거나 한계가 있는 의학기술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반면 환자의 가족들에게는 다른 치료를 할 것을 하는 미련이 남고, 종종 잘못된 결과에 대해 의사에게 분노를 하기도 한다. 물론 많은 환자 가족들에게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의사로서의 보람을 찾지만, 종종 분노하는 환자 가족들을 보는것도 피할 수 없는 의사의 숙명이기도 하다.
위의 글을 남긴 사연의 환자는 대동맥 출혈이 있어 수년전 수술을 했으나, 지난 수년간 대동맥의 출혈이 반복되어 수차례 입원을 반복하고, 일년에도 여러 차례 수술을 하면서 몸이 쇠약해진 환자였다. 그런 반복된 심한 출혈로 인해 신장이 손상되어 필자가 작년부터 신장전문의로 보기 시작했던 환자였다.
70대 후반의 나이와 쇠약해진 몸 때문에 지난 1년간은 대수술을 피하고 방사선시술로 여러 차례 시술을 했지만, 계속되는 미세출혈로 결국 외과의사의 추천으로 수술방에서 대수술을 받으시다가 임종을 하셨다.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더라면 수술을 하지말고 종종 수혈을 하면서 살 것을’ 하는 생각을 그 환자의 남편은 분명히 했을 것이다. 아니, 몇 번은 ‘그 외과의사 때문에 내 아내가 죽었다’라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 남편분 또한 외과의사조차도 수술을 어쩔 수 없는 마지막 단계로서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아시긴 했지만, 인간으로서 그런 미련과 섭섭함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신장내과 의사로서 삶과 죽음을 넘나들 정도로 심한 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하루에도 여러 명 보게 되면서 의사는 많은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한다.
어느 때는 아무리 큰 수술이나 위험한 수술이라고 할지라도 쉽게 결정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방법은 있으나 그것을 하느냐 마느냐는 너무나 어려운 결정이 될 수도 있는 경우는 더욱 많다.
잘 되면 명의가 되고 못 되면 돌팔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의사의 일상이다. 필자 또한 많은 환자들로부터 명의란 말을 들어보기도 했지만 분명 돌팔이라고 생각되어 필자에게 오지않는 환자도 많이 있을 것이다.
신이 아니고 의사란 타이틀을 가진, 한치의 미래를 볼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필자는 오늘도 공부를 하며, 단지 나의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방법을 추천해 줄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213) 674-8282, www.iVitaM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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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