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교회서 38쌍 결혼식 휴식도 없이 5시간이나 계속
▶ ‘금과 은 나 없어도 하나님 기쁘시게 하겠다’ 사랑의 맹세
결혼식 준비, 둘째날(사진:폴 손)
웨딩 드레스는 미국서 수집 전달... 선교단,하나님 향한 사랑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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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비행기를 처음 타기 일주일 전,대학의 같은 과 동기가 결혼식을 올렸다.사전에 결혼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였으므로,바쁜 도미 준비 중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들고 친구의 결혼식장에 나타났었다.이것이 평생 첫 결혼 사진 촬영이 되었다.결혼식 후,신혼 여행을 떠난 친구에게 사진을 전해줄 방법을 찾다가, 그 친구의 누나에게 전해주기로 했었다.친구의 누나는 후에,광진 토굴 집에서 나온 손학규 정치인의 부인이 되었다.
그 후,수많은 결혼 사진을 찍었었다.재혼하는 사람들에다,삼혼하는 사람들까지… 카메라의 렌즈는 많은 결혼식들을 목격했었다.그러나,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모두 예수님을 개인의 구세주로 영접하고,그 분과 동행하는 삶을 살겠다는 결심을 한 이들이, 다시금 하나님의 가정에 대한 설계를 확인하며 가족과 타국에서 온 선교단원들 앞에서 엄숙하게 서약하는 날이었다.
우리보다 한해 먼저 선교 왔었던 사람들은 호텔에서도 빈대와 벼룩 때문에 고생을 했었는데,이번에 참석한 단원들은 잘 견디고 있는 것같았다.사실,쿠바로 떠나기 전에 필요한 약품들을 사서,침구와 의복에 다 뿌려서 말린 상태였다.
쿠바로 출발 전 날씨를 온라인에서 확인했을 때에는 항상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였으나,지표면이 뜨거워 증발한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한바탕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씨였다.그러므로, 거의 매일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지다 개이는 날씨였다.매일 최고 기온이 화씨 90도 정도라 땀으로 세수도 하고,샤워도 하는 것같았다.
게다가,수압이 낮아서 한가한 시간이면 지붕 위에 설치한 물 탱크를 미리 채워 둔다.다행히도,이 교회 건물은 신축한 건물로서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미국서 수집해온 두꺼운 웨딩 드레스를 입은 신부들은 땀 범벅이 되었을 터였다.
미국에서는 사전 예행 연습까지 하기에 그 순서를 다 알고 결혼 사진 촬영에 임하면 되지만,현지 교회가 주관하는 예식이라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므로,누구는 이곳을, 누구는 저곳을 맡으라고 할당할 형편도 안되었다.그냥,알아서 찍는 결혼 사진 작가들이 되었다.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첫째날
이 날은 금요일이라 모두 직장으로 가기 때문에 결혼식은 저녁에 치러졌다.퇴근 후 급하게 모인 열 한쌍의 부부들은 자신들이 미리 고른 웨딩 드레스를 가지고 준비하기에 바빴다.사진 사역을 맡은 사람들 외에는 신부 화장이나 식장 내부의 질서 유지 등을 맡았다.선교 팀원들도 자신들이 가지고 온 화장품을 급히 꺼내와서 이 신부들을 더 아름다워 보이도록 동분서주 했었다.
처음엔,정말 이 사람들이 신실한 마음으로 성경 공부에 임했던 사람들인가?아니면,결혼식을 위해 형식적으로 참석했었던 사람들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었지만,곧 이들의 행동을 보고,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요한 20:29)”는말씀을 상기 시켰다.
그들은 하나님 앞에 가정을 지키겠노라는 선서를 할 때엔 무릎을 꿇는 일에 게의치도 않았다.부부가 서로 반지를 교환할 때엔 “우리 비록 없이 살아도 사랑만은…’라고 말하는 듯 그냥 입 가에 미소만 가득했었다.70불 주고 샀던 우리 부부의 결혼 반지는 70% 정도라도 순금이었지만, 이들의 반지는 그냥 모조품 반지였다.지난 날,나의 결혼식이 가장 초라했었노라는 생각을 순식간에 무색케하는 장면이었다.
돌이켜보면,없을 때 드리는 기도가 더 큰 능력을 발휘한다.그래서,금식 기도가 더 하나님의 마음을 흔든다.우리가 배부르고 편안할 때에는 기도에 게을러진다.보릿고개를 지나던 때의 우리네 인생 선배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하나님께 기도했던가?아담과 하와가 에덴 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후론,인간들은 더 잘 먹으려 하고,더 많이 먹으려는 심성으로 영혼을 가득 채워왔다.
지금 눈 앞에 선 이 신랑 신부들을 보면,금과 은 나없어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있었다.사회주의 국가라 하나님께 물질을 더 달라고 기도해도 더 얻을 수있는 형편도 아니니,크리스찬의 초심으로 돌아가 기도하고 말씀을 상고하며 가정을 지켜나가려는 의지 만으로도,그들의 신앙이 카메라를 든 우리보다 한 수 위인 것같았다.
금과 은 나 없어도… 사랑의 맹세 (사진:최성자)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첫째날 결혼식은 쿠바인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기에 충분했었다.다음 날의 결혼 식은 시골의 한 교회로서 사는 형편도 그리 충족치 못해 MOM 에서 돼지 세마리를 잡아 잔치다운 잔치를 치르기로 했었다.
그 다음날,결혼식이 있는 교회로 가니 현지 목사님은 야자수 잎으로 입구를 장식하고,흰색과 빨간색 풍선들로 건물 내부를 장식하여 기분을 한껏 돋구었다.함석 지붕에 낮은 벽으로 둘러싸인 이 건물은 창이 없어 모기,파리 등이 자유롭게 안팎으로 드나들었다.건물 뒤엔 남자 몇 명이 쇠 막대기를 돼지에 꽂아서 피운 불위로 둥글둥글 돌리고 있었다.세 마리나… 건물 옆엔 푸세식 화장실이 둘 있었고, 드레스 입은 신부들이 드나들었다.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일상 생활의 모든 것들이 이곳에선 사치였다.
교회 건물 안에는 결혼 당사자들,가족들,교인들로 가득 찼다.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화장해주는 사람들의 손길이 신부들의 얼굴 위로 분주하게 오갔다.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오갈 수도 없을 정도로 교회당은 만원 사례를 이루었다. ’살라’라고 하는 한 소녀는 눈매는 작가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모두들 샷터를 연신 눌러댔다.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스티브 맥커리가 아프가니스탄의 피난민 소녀의 사진을 찍는 것처럼…이날의 결혼식은 38쌍이라고 했다.
통일교처럼 체육관에서 치르는 결혼식이 아니고,부부 한쌍 한쌍을 단 위에 불러 서로 마주보게하고,사랑을 고백하게 하는 담임 목사의 열정은 수억원의 사례를 받고,몇번의 설교를 모아 책 한권을 만들어내는 한국 대형 교회들의 목사들을 능가한다고 믿는다.이 38쌍의 결혼식은 휴식 시간없이 장장 다섯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그 후,간단한 식사 시간 후엔 찬송이 쉴 새없이 흘러 나왔다. 아는 찬송,모르는 찬송,그러나 영혼으로 느낄 수있는 찬송들… 왜 불평 한마디 없이 전혀 모르는 이들의 결혼 사진을, 잠시 앉아 쉴 틈도 없이 찍고도 즐거웠는지는 하나님을 향한 이 단기 선교 참석자들의 사랑이 점점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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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손(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