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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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고국을 생각하며

2017-04-04 (화) 홍성애/뉴욕주 법정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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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칠흑같은 터널속에서 간절히 빛을 갈망하며 지난 6개월의 세월이 지나갔다. 암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음악을 틀어놓고,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뜨개질을 하면서 하루하루 엄청난 뉴스를 접하면서 먹먹해진 가슴을 달랬다. “어쩌면 이럴 수가!” 하는 조국의 최순실 국정농단의 뉴스를 좇으며, 매일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화나고 걱정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돌이켜 보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은 앞으로 한국에 닥칠 비운을 상징적으로 너무나 처절하고 생생하게 예시하는 비극이었다. 그로부터 박근혜 정권은 자기들도 감지하지 못한 채 내리막길을 향해가고 있었다.

단원고등학교의 학생들이 한껏 들떠서 즐겁게 수학여행길에 탄 배가 그렇게 어이없이 뒤집히고, 차가운 물이 차오르는 순간까지 하라는 대로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를 확신하며 셀카로 사진을 찍고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내던 순진무구한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하물며 그 유가족들 마음이랴! 빤히 보는 앞에서 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데… 그 속엔 300명 이상의 생명이 아직 갇혀있는데, 속수무책으로 화면을 바라보아야하는 무력함이란!


온 국민은 “이것도 나라냐? 최첨단 IT국가라 뽐내던 우린데…” 비통한 심경에 사로잡힌 온 국민은 집단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상태였다. 박근혜대통령의 탄핵과 뒤이은 구속과 함께 1040일만에 뭍에 오른 성공적인 세월호 인양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너무나 해괴하다.

해외에 사는 한인들은 몸은 남의 땅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두고 온 고국을 늘 그리워하고 어떻게든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갈진대,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고 아프고… 이루 형용할 길 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이제 사필귀정으로 모든 것은 종착역을 향해가고 있다. 온 국민이 뼈저리게 심적 고통을 겪고 나서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무슨 인생 교훈을 각자가 얻었는가?

권윤경이 부른 ‘모르쇠’란 가요는 권력실세들의 철두철미 무책임한 상태를 그렇게 신랄하게 찌를 수가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제도나 법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양심적으로 책임을 다하고 아무리 윗 사람의 명령이라도 옳지 않은 건 과감히 “NO”라고 분명히, 그리고 사리사욕을 떠나 밝힐 수 있는 용기, 자기 맡은 바 일을 성심껏 해야 한다는 기본자세부터 갖추어야 하겠다. 이번엔 정말 고심해서, 잘 검증해서 제대로 된 나라의 우두머리를 세우는 일에 심각하게 임해야 한다고 다짐해야 할 때다.

<홍성애/뉴욕주 법정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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