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의 현실과 올바른 인식

2017-04-01 (토) 권일준/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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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세계는 전쟁으로 이어져 왔다. 평화적인 해결점을 찾지 못해 국가간에 야기되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군사력 못지않게 강한 경제력과 정신력(이념과 사상, 종교적 신념)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대 세계사에서 페르샤전쟁(기원전 5세기)이 서양에게 세계사적 주도권을 넘겨준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한다면 근대사에서는 영국이 중국(청나라)을 굴복시킨 아편전쟁(1차: 1839-1842, 2차 :1856-1860)이 오늘날에 이르는 150년 세계사를 이루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일본은 당시 온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한 나라라고 믿고 있던 청나라가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작은 섬나라 영국에게 참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려움과 아울러 “우리도 영국처럼 될 수 있다”는 자각과 자성의식이 팽배했다고 한다.


1853년 페리제독이 이끄는 미국함대(흑선)를 받아들여 미일 친화조약, 1858년에는 서양 5개국과 통상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1867년부터 시작된 명치유신으로 서양의 최신 과학기술과 문물을 대폭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의 길에 들어선 일본은 급기야는 1876년 급성장한 현대식 군사력을 앞세워 그동안 병인양요(1866), 신미양요(1871)를 겪으면서 조선을 굴복시키고 병자수호조약을 체결하여 일본의 한반도지배와 대륙진출의 터전을 마련하게 된다.

당시 조선은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서구문명의 유입을 막고 대내적으로는 명성왕후 민비측 외척세력과 시아버지인 대원군간의 권력다툼이 서로 맞물리고 충돌하여 조선왕조 쇠락과 패망의 길을 자초한다.

오늘날의 한반도는 어떠한가?
‘중화굴기’를 외치며 아편전쟁이후 쓰러졌던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야심만만한 중국, 태평양전쟁이후 묶여졌던 족쇄를 풀고 군사적으로 재무장하고 있는 일본, 한반도 주변에서 분란이 일어날 때마다 어부지리를 얻어 남진정책의 실리를 챙기는 러시아, 핵폭탄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과 이를 막겠다는 미국- 한반도의 남쪽 대한민국은 지금 어느 곳에 발을 딛고 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이후 지난 수십 년간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경제력과 미국과의 유대관계로 지켜온 전쟁억지력과 평화가 과연 얼마나 더 연장 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시진핑, 아베, 푸틴, 트럼프와 김정은- 어느 누구도 만만치 않고 녹녹하지 않다. 대내적으로는 해방직후 정치인들의 피 흘리는 권력투쟁, 찬탁, 반탁으로부터 시작된 좌익, 우익의 대립으로 야기된 국민 분열- 그때 그 시절의 국내외적 혼란상황과 과연 지금 무엇이 다를까?

오늘의 한국은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떠맡길 수만은 없는 총체적인 난국 속에 있다. 무조건 전직대통령을 감옥에 집어넣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민 모두가 각성하고 자기 본분을 찾아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올바로 수행해나가는 것만이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개혁과 혁신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강압적인 것보다는 국민 대중의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영속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 한국민들은 현명하다.”고 믿고 있다. 이제 한국정치는 맑아져야 하고 돈과 권력의 고리는 끊어져야 하며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은 균형잡힌 가치관과 판단으로 이번 대선에서 올바른 참정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권일준/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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