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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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도리,곤지곤지,죔죔…

2017-04-03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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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때 어머니에게 배운 말. 어머니가 아기 때 가르쳐준 동작. 아기 때 즐기던 놀이. 도리도리, 곤지곤지, 죔죔, 짝짜꿍, 까꿍 같은 단어들이 그렇다. 도리도리하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곤지곤지하면 집계손가락으로 다른 손의 한 가운데를 찍었다. 죔죔하면 양손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했다. ‘짝짜꿍’ 소리에 손뼉을 치고, ‘까꿍’하면 고개 들어 엄마 눈을 바라봤다. 한국서 아기 땐 누구나 그렇게 놀곤 했다.

‘도리도리, 곤지곤지, 죔죔…’ 태어나 처음 따라하던 몸동작. 처음 접한 놀이. 그땐 신나고 재밌었다. 왜, 해야 하는 줄은 몰랐다. 시키면 그냥 흉내를 냈다. 아기가 뭔 생각이 있었겠는가. 커서도 몰랐다. 어린 조카들이 따라하면 귀여울 뿐이었다. 그 동작 속에 조상의 축원과 지혜가 배어있음을 알기까지 한참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아이를 낳고 가르치면서야 알 수 있었다. 무슨 뜻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한국 전통육아법이었다. 지금의 부모들은 그 속에 담긴 뜻을 알고 있을까?

‘도리도리, 곤지곤지, 죔죔…’ 우리가 태어나 배우기 시작한 용어들. 이는 한국의 전통 육아법인 단동십훈의 일부로 아이를 어르는 방법이다. 이런 몸동작은 아기의 인지를 발달시킨다고 한다. 아기의 운동 기능, 뇌신경과 소근육의 발달도 촉진시킨다. 참으로 과학적인 놀이가 아닌가 싶다. 아기 때 고개를 흔들고, 손바닥을 찌르고, 주먹을 쥐고 펴고, 손바닥을 치던 놀이 등이 바로 한국 전통의 육아법이었던 셈이다.


‘도리도리, 곤지곤지, 죔죔…’ 언뜻 보면 한글 같지만 아니다. 우리 선조들이 태극철학에 의해 만든 뜻글자인 한문이다. 속뜻으로 풀어야 그 의미가 풀리는 암호문이라 하겠다.
‘곤지곤지’는 ‘건지곤지(乾知坤知)에서 나온 말이다. 건(乾)은 하늘이고 곤(坤)을 땅이다.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으면 무궁무진한 조화를 알게 된다는 의미다.

‘도리도리(道里道里)’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듯 이리저리 생각해 하늘의 이치와 천지 만물의 도리를 깨치라는 뜻이다. 죔죔’은 ‘지암지암(持闇持闇)’에서 유래됐다. ‘쥘 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라’는 이치를 가르친다. 흔히 ‘잼잼’이라고 많이들 알고 있다. 이는 잘못 쓰는 말이다. 젓 먹이가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일컫는 말이 ‘죄암죄암’이다. 그래서 이 말이 줄어든 ‘죔죔’이 바른말이다.

‘짝짜꿍짝짜꿍’은 원래는 ‘작작궁작작궁(作作弓 作作弓)에서 나온 말이다. 음양의 결합, 천지의 조화 속에 흥을 돋우라는 뜻이다. 이런 동작 속에 삶의 교훈을 주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그런 삶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아기 때 우리 얼굴을 마주하고 즐겁게 전해주었던 것이다. 자녀들이 올바르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이다. ‘도리도리, 곤지곤지, 죔죔…삶의 지혜뿐 아니라 건강비결까지 담겨 있으니 더욱 놀랄 일이다.

‘곤지곤지’는 오른쪽 집계손가락으로 왼손바닥 가운데를 찧는 동작이다. 사람손바닥 가운데 노궁 혈을 마사지 하는 효과가 있다. 노궁은 머리와 연결된 혈로. 이곳을 자극해주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해진다고. 곤지곤지 할 때 사용하는 검지는 눈의 기와 연결돼 있다. 검지 끝을 자극하면 시력강화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도리도리’는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동작이다. 사람의 신체 부위 중 가장 경직되기 쉽고 빨리 노화되는 곳이 뒷목이다. 도리도리는 목을 자극하며 부드럽게 풀어주는 운동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죔죔’은 두 손을 내놓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이다. 양손으로 네 손가락 모두 손바닥 중앙을 향해 노궁의 혈을 자극하니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해지도록 한다. 짝짜꿍은 양손을 맞부딪히는 동작으로, 몸 구석구석의 모든 혈을 자극해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도리도리, 곤지곤지, 죔죔…’ 아기 때 즐겨하던 놀이를 중년에 와서 더욱 심하게 즐기고 있다. 간단하고 쉽지만 운동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 꼭 시간과 돈을 들여야만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100세 시대엔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건강 지키기’가 최선이다. ‘도리도리, 곤지곤지, 죔죔…’ 등을 틈틈이 꾸준히 할 것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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