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별한 사람들과의 만남

2017-04-01 (토) 원혜경/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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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우리 형제들을 동그랗게 앉혀 놓고 무엇이든지 똑같이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나누어 주신 것은 각자가 알아서 관리하게 하셨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귤을 다섯 개씩 나누어 주셨다. 난 그 중에 제일 예쁘고 좋은 것으로 먼저 먹었다. 곁에 있던 동생이 “언니는 왜 항상 제일 좋은 것을 먼저 먹어?” 물어보기에 “그냥~ 제일 좋은 것을 먼저 먹고 싶어서.” 그렇게 대답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사과를 한 박스 사면 그 중 제일 좋은 것을 먼저 먹는다. 시간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는데 한 박스를 다 먹을 때까지 제일 좋은 것을 먹으면 끝까지 그 중에 제일 좋은 것을 먹게 되고 제일 나쁜 것부터 먹으면 다 먹을 때까지 나쁜 것만 먹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이것 밖에 남지 않았어 보다 아직 이만큼 남았네, 아니면 이 만큼이나 했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은 여유있고 긍정적으로 사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학교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긍정적으로 사는 모습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 미술전시회 오프닝 리셉션에 참석하여 특별한 일과 특별한 분들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란 일이 있었다. 오프닝이 끝나고 리셉션 참석차 엘리베이터에 탔던 분들의 이야기이다.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어른 9명과 아이 3명이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2층과 1층 사이에 멈춰 그곳에 갇혀 있게 되었다. 갑자기 울리는 비상벨 소리에 모두가 초비상이었고 나는 그 안에 갇힌 분에게 전화로 안심을 시키고 소방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무섭고 힘들지 걱정이 되어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사이렌 소리가 울렸는데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드디어 소방관들이 도착했고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고정을 시키고 엘리베이터 천정에 있는 조그마한 비상문을 뜯어 아이들 먼저 들어 올리고 다시 사다리를 내려 나이순으로 위로 올라오게 하였다.

숨 막히는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던 시간이 20여분이었는데 사다리를 타고 나오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환하게 웃으며 와~하며 나오는 것이었다. 숨 막히고 두려웠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환한 미소로 나올 수 있었을까 의아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어쩔 수 없다고 느낀 그 안에서 서로 비밀스러운 몸무게를 공유하며 사진도 찍고 편안하게 기다리며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던 특별한 분들의 모습으로 나는 또 한 번 긍정의 힘이 우리의 삶을 변화 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들과의 만찬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나 또한 삶을 느낄 줄 아는 특별한 분들을 알고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원혜경/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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