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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예배 설교문] “기독교의 진수는 역설이다”

2017-03-30 (목) 김광진 목사/ 전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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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쬐렌 킬케고올(1813-55)은 "기독교의 진수는 역설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200년이 지났어도 최고의 정언으로 기억된다.

역설(逆說)이란, 영어로는 paradoxical 즉 para(beyond)와 doxa(opinion)의 라틴어 합성어로 한문번역과도 일치한다. 기독교의 핵심도 역설이다: 성육신 신학, 예수님의 탄생, 복음서 핵심 말씀, 죽으심, 부활 등 역설의 진수 성찬이다. 오늘 본문 말씀도 같은 맥락에서 말씀드리고 싶다.

1)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라"(24절)는 비탄의 절규이지만, 사도바울의 진솔한 신앙고백이다. 기독교 인생관의 핵심을 내포한다. 어떤 주석가는 "성화에로의 성숙한 과정"이라고도 설명했다.


2) 역설을 기독교의 진수로 동의하는 기독교인이야 말로 참다운 기독신앙을 간증함이다. 바울은 자신의 이중성, 두개의 자아의 모순/갈등(21-23절)을 최고의 고뇌로 토로했다. 이를 극복하는 최선의 처방을 주님의 도우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함(25절)이라고 결론지었다. 십자가를 통한 부활에로의 "역전승"(逆轉勝)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동양의 인간관을 설명하는 사람 인(人)은 의지함, 상호관계성을 시사하는 반면, 서양의 인간관을 설명하는 인간(person) 혹은 인격(personality)의 라틴어 어원은 persona(가면)에서 유래했다. 서양의 인간관은 가면을 쓴 연극활동으로도 풀이 될 수 있다. 이중성으로 모순을 절감하며, 고뇌의 갈등은 필연의 산물이다.

심각한 고뇌나 갈등이 없는 돼지 보다는 갈등과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인생이 더 보람있고 값지다는 소크라테스의 행복론이 상기되는 대목이다. 가면 연기에 길들여진 가증한 인생에게는 고뇌와 고민은 필연적인 과정이자 선물이다. 위의 말씀을 묵상하다가, "가시나무새" 를 생각했다.

저는 이 복음성가를 듣고 또 들으며 저의 이중성과 가면 생활에 울고 싶었고 숨고 싶었다. "야, 김광진, 너 가짜 크리스찬이지. 너 엉터리 삭꾼 목사지" 하는 하늘의 음성이 들렸다. 가면 무도회의 낭만을 즐겼고, 뻔뻔스런 연극 활동에 눈물도 회개도 없는 수 십년 사순절을 지냈던 것 아닌가? 슬픔과 고뇌만이 무성한 "가시나무 숲"이 아니 였던가.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아라"(Oh, What a miserable man, 김광진).

얼마전 프랜시스의 간증을 듣고, 실낱같은 희망의 출구를 발견했기에 가슴이 벅찼다.

어느 추운 눈 내리는 겨울밤이었습니다. 불을 끄고 막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누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는 귀찮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리스도인이 찾아운 사람을 그냥 돌려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불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습니다. 문 앞에는 험상궂은 나병환자가 벌벌 떨며 서 있었습니다. 나병환자의 흉측한 얼굴을 보며 섬짓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 오셨습나까?" "죄송하지만 몹시 추워 온 몸이 꽁꽁 얼어 죽게 생겼네요. 몸 좀 녹이고 가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문둥병 환자는 애처롭게 간청을 했습니다. 마음으로는 당장 안된다고 거절하고 싶었습니다. 마지 못해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을 털어주고 안으로 안내 했습니다.

자리에 앉아마자 살이 썩는 고름으로 심한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어떻게 식사는 하셨습니까?" 간단한 요기를 해 드린 후에, 몸도 좀 녹았으니 나가 주기를 기대했습니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하며, "밖이 몹시 추운데, 하룻밤만 재워 주실 수 없나요?" 염치없이 간청을 했다.

또 마지 못해 승락을 했다. 울화가 치미러 오는 것을 참으며, 일인용 침대를 그에게 양보하고 옆 땅바닥에서 겨우 잠을 청하려 하는데, "제가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네요. 미얀하지만 성도님의 체온을 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나병환자의 요구에 당장 내 쫒고 싶었지만, 침대위에 올라가 몸을 밀착시켜서 체온을 녹여주고 간신히 잠을 청했습니다. 불편한 침대, 고약한 악취, 온갖 상념 중에도 꿈속으로 빠져 들어 갔습니다.

주님께서 나타나시어 "프랜시스야, 나는 네가 사랑하는 예수다. 네가 나를 이토록 극진히 대접했기에 무척 기뻤다. 하늘의 상이 클찌어다."

주님은 없어지셨고, 아침이 밝았다. 침대에 같이 자고 있어야 할 나병환자도 온데 간데 없고, 뿐만 아니라 고름냄새가 베어 있어야 할 침대에는 아름다운 향기만이 남아 있었다.

주님이 그토록 힘주어 말씀하셨던 "역설의 삶"을 실천했더니, 주님을 만나고 큰 상찬을 받고 놀라운 기적의 은혜까지 체험했던 것이 아닐까요? 프랜시스는 곧 바로 무룹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그 기도가 후에, 다시 정리되어 그 유명한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시옵소서의 근간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말씀을 마침니다: "

기독교의 진수는 역설입니다. 2017년 사순절, 성가대 헌신예배를 통해 역설의 삶을 실천하셔서 주님을 만나고, 큰 기적까지 체험하는 주님의 성도들이 되시기를 부탁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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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를 1973년부터 17년간 담임 목회를 했던 김광진 목사가 동 교회 성가대 헌신 예배의 초청을 받아 지난 3월19일 주일예배시 전한 설교를 요약 정리한것이다.

<김광진 목사/ 전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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