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퍼스트 독(First Dog)

2017-03-21 (화) 나리/간호사 ·웨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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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퍼스트레이디도 있고 퍼스트 독(Dor)도 있다. 대통령이 키우는 강아지인 퍼스트 독은 대통령만큼이나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오바마의 강아지 ‘BO’는 故 케네디 상원의원이 오바마에게 선물한 강아지다. 대통령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이나, 직무 보는 책상 옆에서 대통령과 같이 업무보고를 받는 ‘BO’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바마만 강아지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부터 200년 넘는 미국 대통령 역사에 개는 항상 같이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마당 구석 자기 집에 앉아서 밥을 거부하고 눈물을 흘리던 백구는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분명히 알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강아지를 우리는 먹는다. 그렇게 감정이 있는 개를 ‘복날 개 패듯'이란 말이 나올 만큼 수많은 세월을 우리는 먹었다. 사람들은 그걸 문화라고 하면서 반대하는 우리에게 ‘그럼 소는?’ 이라는 말로 반문하면서 개를 계속 잡아 먹는다.

그뿐 아니다. 한국에선 개라서 술김에 창밖으로 던져서 죽여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이고, 기분이 나빠 길거리 고양이를 죽여도 길거리 고양이라서 넘어간다. 강아지 번식 업을 하다 귀찮아서 개장에 가둬 둔 채 굶어 죽게 방치를 해도 그 개들을 구출할 수도 없고 주인에게 ‘고의성이 없다’하면 법적으로 제재하기가 힘들다.


국민의 안전도 국민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나라에서 개와 고양이에 관심을 가져달라 하는 게 사치라는 거 안다. 하지만 주인이 버젓이 찾고 있는 강아지를 잡아서 먹었다는 신문기사와 도가 지나친 동물 학대사건을 보며 과연 내 생각이 사치일까 생각해 본다.

미국의 경우 애완동물 학대가 가정폭력이나 다른 범죄와의 연관성이 깊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FBI에서 애완동물 학대 사건을 살인이나 방화와 같은 흉악범죄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웹사이트에 알렸다. 개고 고양이고 생명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 사람은 같은 생명체인 인간조차 존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탄핵 이후 관저를 떠나 사저로 향하는 박 前대통령은 충성심을 보여 좋다던 자신의 개 부부와 그 새끼를 놔두고 사저로 갔다.

평생 한 주인만을 섬긴다는 진돗개의 성격을 전혀 모르셨을까? 다는 못 거두어 간다 해도 희망이랑 새롬이는 거둘 수 없었을까? 청와대에 남겨져 앞으로 대통령의 개라는 운명에 혹 비싼 보신탕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오지랖에 다음 청와대 주인은 남겨진 희망이랑 새롬이 가족을 보살펴주고, 모든 살아있는 생명에 대해 공감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어떤 국회의원의 동물보호법 개정 발의안이 반가웠고 성남 모란시장 안의 개 시장을 없애기로 상인들을 설득한 성남시장과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입양해 키운다는 어느 당의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해서, 여당 야당을 떠나 그저 기뻤다.

<나리/간호사 ·웨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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