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와대의 비극

2017-03-20 (월) 한재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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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 방문 중 역사적인 비극을 목도하면서 나의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왜 대한민국은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가 비극의 주인공을 양산하고 있는 것일까?

청와대는 이미 전신인 경무대에서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의 하야로 비극이 시작됐다. 이승만 대통령의 지도력과 외교력 그리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위시한 놀라운 업적은 재평가될 만큼 훌륭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인치의 실패는 고스란히 이승만 대통령의 몫으로 남아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는 존경하는 인물에서 벗어나고 있다.

경무대가 청와대로 개칭된 후 전직 대통령들 대부분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 상태에서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한 대통령은 생을 자살로 마감하는 비극을 안겨주기도 했다. 또 대통령의 아들들이 구속되는 불행한 역사도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법적으로 파면되는 불행한 현장도 보았다.


왜 청와대가 존경과 명예를 지켜내지 못하고 비극의 현장으로 만들어 질까? 문제는 청와대란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제대로 뽑지 못한 국민에게 있다고 본다.
한국국민은 이제 냉철해져야 하며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내일의 바른 국가건설을 위해 국민 개개인이 책임감을 가져야 하겠다. 촛불이든 태극기든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동안은 지도자의 인격이나 됨됨이, 지도력보다는 지방색 또는 패거리 정치판에 휩쓸려 차분하게 분석하거나 명철하게 헤아려보는 지각도 갖지 못했다. 그저 막연히 잘 하겠거니 하였다.

이제 한국민들은 공의와 사랑이 있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나라를 살리려는 마음을 지닌 지도자를 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스란히 국민들과 국가에 무거운 짐을 떠안기고 막을 내린다. 이제는 감정이나 지방색, 패거리와 상관없이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뽑아 다시는 청와대가 비극의 현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말할 수 없는 허탈감과 경제위기 속에서 모두들 한숨을 내쉬고 걱정이 태산 같다. 이번에야 말로 바른 지도자를 내세워 기울어진 국격을 바르게 하고 오늘을 이겨내고 희망의 내일을 바라보는 지혜를 찾자. 특히 한국이 강국의 틈새에서 잘 버텨나가려면 외교적인 역할을 잘 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가들의 올바른 자세 확립, 공직자들의 애국심 발휘, 언론의 자성노력이 급선무다.

<한재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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